삼성, HBM 품질 혁신…D램 칩 선별공정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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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잉(Sawing) 공정을 거쳐 칩 단위로 절단된 웨이퍼(출처:삼성 반도체 뉴스룸)
칩 품질 3단계로 선별 장비 발주
HBM 스펙 세분화 맞춤형 공급
수율 개선·생산성 향상도 효과
업계 첫 시도…영향력 확대 주목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품질 혁신을 위한 신공정을 도입한다. HBM의 원재료격인 D램 칩 품질을 선별하는 공정을 신규 추가한다. HBM을 만들기 전 D램을 검사해 나누는 건 반도체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램 칩 품질을 최대 3단계로 나눠 선별할 수 있는 장비(Sorter)를 발주했다. 장비는 프로텍이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물량은 20여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프로텍은 최근 244억원 규모 장비를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만들어지는데, 전공정에서 D램 웨이퍼가 만들어지면 이를 칩별로 자르는 공정(Sawing)을 거친 뒤 칩을 쌓는 본딩(Bonding) 작업이 이뤄진다.

신규 장비는 이들 두 공정 사이에 투입된다. 핵심은 전기적 특성검사(EDS) 후 칩 성능에 따라 최대 3단계로 나누는 것이다. S급, A급, B급으로 D램을 나눠 HBM을 만든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선별 공정을 추가 도입하는 이유는 고객 맞춤형 HBM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HBM 사양을 세분화할 수 있어 엔비디아처럼 성능을 우선시하는 업체에는 S급 HBM을, 가격 민감도가 있는 고객에게는 B급 HBM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본딩 장비 내에서 칩 선별과 적층 작업이 이뤄졌다. 동일한 웨이퍼에서 만들어진 칩이더라도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데, 본딩 장비는 양품 기준에 충족하는 칩은 쌓고 그렇지 않은 칩은 걸러냈기에 전량 폐기돼 왔다. 이 경우 양품 칩도 품질이 고르지 않아 최고 성능의 HBM을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고, 낮은 성능의 칩은 모두 버려야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 대비 공정 개선을 위한 신기술을 검토하고 도입하는데 더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신규 장비는 기존에 없던 장비로 HBM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율 개선과 생산속도 향상 측면에서도 효과도 있다. 신규 장비는 선별한 칩을 수직으로 세워진 캐리어에 붙이기 때문에 자르는 소잉 공정에서 발생한 파티클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파티클은 D램 적층 시 수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칩 선별, 이물 제거가 별도로 이뤄지면서 본딩 공정의 속도도 자연스레 개선될 수 있다. 기존에는 본더 내 이물 발생 우려로 인해 칩을 들어 올리고 쌓는 공정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데 별도 장비가 이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2위 업체다. 시장 대응이 늦었고 품질과 수율 문제가 더해졌는데, 이를 개선하게 될 지 주목된다. 신규 공정은 장비가 납품되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텍 관계자는 “고객사에 대한 정보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구체적인 공정 기술은 확인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