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인텔 살리기

최근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화제를 모았다. 종합반도체업체(IDM)이자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퀄컴의 인수 대상이 됐다고고 하니 '반도체 제국'이 흔들리는 정도를 넘어 몰락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퀄컴 인수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인텔은 알려진 것처럼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투자로 적자가 커지면서 감원에 나섰고,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 중단,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등 대책들을 내놓았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반도체를 만든다”는 우스갯 소리를 들었던 인텔에서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들이다.

그러나 인텔의 몰락은 성급하다. 자구책 중 가장 주목됐던 부분은 파운드리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월가에서는 파운드리 분리 및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텔 투자자들이 매각을 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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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텔은 놓지 않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부분을 자회사로 두면 독립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가 독립성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각 사업의 재무구조 최적화로 성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고 주주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인텔이 허황된 꿈을 꾸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며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한 '칩스법(Chips Act)'을 만들었고, 미 반도체 부활 선봉에 선 곳이 바로 인텔이다. 인텔은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은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내 투자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군사용 반도체 제조를 인텔에 맡기고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30억달러는 칩스법에 따라 지원받기로 한 85억달러와는 별개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 전략의 중심이자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흔들리는 인텔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인텔이 흔들리고 있다고 일희할 때가 아니다. 걱정하고 대비해야 할 것은 앞으로 벌어질 미국의 인텔 구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