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게임으로 소통하기

자녀와 관계 좋아야 게임 관리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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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선 부산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장

'아이가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데 무슨 게임인지 알아야 하나요' '우리 아이 중독인가요. 얼마나 이용해야 중독이라고 하나요.'

부산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를 방문한 보호자들이 자주하는 질문이다. '게임'을 모르니 어떻게 통제 관리해야 할지 막막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모르면 불안하기 쉽고, 불안하니 통제에만 신경을 쓰다 자녀와 갈등은 계속 깊어진다.

2024년 게임행동종합실태 보고서는 '자녀의 올바른 게임이용 습관을 기르기 위해 게임이용에 대한 부모의 이해와 분명한 규칙 제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녀의 게임 이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이용하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게임환경을 선택해 레벨을 올리고 재화를 모으면서 통제감과 성취감을 경험한다. 다른 게이머와 관계를 형성하면서 소속감과 친밀감을 충족하기도 한다. '현실에선 내 모든 것을 걸 수 없는데 게임에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죠' '게임은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집중하다 보면 걱정을 잊을 수 있거든요' 이는 아이들이 말하는 '게임'이 지닌 기능과 의미다.

수 많은 게임 가운데 왜 그 게임을 즐기는지, 주로 선택하는 캐릭터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보면 아이의 특성을 엿볼 수 있고, 도망가고 싶은 고단한 환경이나 스트레스는 없는지, 오프라인에서 결핍된 욕구는 무엇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게임과 맞서기보다는 게임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자녀의 게임이용에 대한 이해가 늘고, 소통도 가능해져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자녀와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 보다 자연스러워졌다면 이제 게임 이용을 적절히 지도하고 관리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이용 시간의 정도로 '게임중독' 혹은 '게임과몰입'을 규정하지는 않지만 '지나친 게임 이용으로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가'는 가장 큰 경고 신호다. 따라서 게임 이용에 대한 규칙 설정과 관리가 중요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인터넷게임중독 예방 교육지침은 게임 이용을 하루 평균 한 시간 반, 일주일에 4일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권고 기준을 참고하되 가정에서 게임 이용에 대한 규칙을 설정할 때는 자녀에게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규칙을 정해 통보하기 보다는 적절한 통제와 허용이 균형을 이루도록 자녀와 합의해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자녀는 하루 중 다른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용 규칙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실천해 가면서 선택한 결과에 책임감, 일상의 뿌듯함을 느끼며 게임 이용 조절력까지 높일 수 있다.

합의된 규칙을 설정했다고 해서 규칙을 잘 지켰는지 그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여선 안된다. 아이들은 지금 가장 의미있고 좋아하는 게임 이용을 조절하려고 애쓰고 있다. 조금씩 실천하고 변화하려고 애쓰는 점을 찾아내 격려해줘야 한다.

게임 외에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여가활동을 함께 하는 것도 훌륭한 예방법이 될 수 있다.

게임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적절히 관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임으로 대립하기 보다는 게임을 매개로 자녀와 소통하고, 자녀의 노력을 격려하며 이끌면 분명 긍정적 변화와 함께 건강한 게임이용 습관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허정선 부산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센터장·정신건강임상심리사 solomona@busani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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