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원생의 안정적 연구환경 지원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형 스타이펜드(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학금)'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스타이펜드 사업 부족분 100%를 국가 재원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학생인건비 적립금 또한 이 사업에 함께 활용하겠다는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은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와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최소 110만원 지급을 보장하는 제도다.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학생인건비 최저 금액 지급을 보장하고, 전반적인 지급 수준 상승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부족분 전체는 묶음예산(블록펀딩)으로 지원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관련 예산 600억원을 확보했다.
당초 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 재원은 연구자들이 매해 말 적립하는 학생인건비 적립금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추진됐으나, 연구현장 반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학생인건비 적립금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내 인건비를 연구책임자별 또는 기관별 통합 계정으로 모두 적립 후 다시 배분하는 제도다. 연구현장은 개별 연구실이 확보한 사업비로 이뤄진 학생인건비 적립금을 장려금으로 공통 배분하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을 줄곧 제기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또한 앞서 10일 미디어데이에서 “연구 현장에서 수주 과제로 확보한 인건비 일부를 스타이펜드 재원으로 가져가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일부 우려는 합당한 것 같다”고 밝히면서 국가 재원 활용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 연구현장에서는 이러한 방침이 더 복잡한 제도 변형에 불과할 뿐 결과적으로 학생인건비 적립금을 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은 그대로라고 주장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대학 등 기관이 학생인건비 공통 적립 계정을 만들고, 기존 연구책임자 계정 학생인건비 누적 이월액 일정 비율을을 매년 기관 계정으로 이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생인건비 관리제도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공통 계정이 만들어지면 연말 남은 적립금 가운데 5~15%를 회수하고, 공통 계정을 만들지 않은 경우에 대해선 개별 연구책임자마다 쌓여 있는 학생인건비 일부인 10~20%를 국가로 환수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결국 각 대학 학생인건비 적립금 제도를 강제 컨트롤하고 이를 스타이펜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정전제도'에 불과하다”며 “공통 계정 미전환시 향후 스타이펜드 사업 신청 자격 불허 등 불이익을 줘 강제 전환을 유도하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현재 스타이펜드 주요 재원이 국가 재원임을 강조하지만, 이와 동시에 학생인건비 적립금 환수 관리제도를 강화해 향후 제도 안착을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는 정책 방향”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연구실 간 '기생' 구조를 만들어 연구 생태계를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