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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이하 OSP)과 이인선 국회의원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회 제조 AI 포럼'을 개최했다. 앞줄 왼쪽부터 이정준 서울대 교수, 김기현의원 , 추경호의원, 이인선의원, 장웅성 OSP단장, 권영진의원, 뒷줄 왼쪽부터 장영재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이원용 OSP 에너지 MD, 오동훈 OSP 성과확산MD, 박영일 한국나노기술원 이사장, 김기수 포스코홀딩스CTO, 강대식의원,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박성훈의원, 임영목 OSP 전략프로젝트MD,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부회장,안승용 마키나락스이사

제조업 혁신과 지능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OSP)과 이인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관한 '제1회 제조 AI 포럼'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새롭게 도래하는 AI 시대, 우리 제조업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OSP가 기획한 '2024 이노테크 코리아 포럼'의 첫 번째 행사다.

포럼에는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 정부의 전문가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전략을 제언했다. 특히 제조업의 지능화를 위해선 데이터 표준화와 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정준 서울대 교수는'제조업 지능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및 활용 촉진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원유로, 제조업 지능화에 필수적인 자산이자 AI 모델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면서 “특히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는 AI 기술 도입과 확산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그린 딜(Green Deal),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디지털 제품 여권(DPP) 등이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글로벌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 없이는 AI 모델의 학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업의 데이터 공유 촉진을 위해 산업 간 협업과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독일의 가이아X(GAIA-X), 일본의 우라노스 에코시스템 등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을 성공 사례로 들며 “한국도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보호와 보안 강화를 위해 암호화 기술과 무결성 검증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제 발표를 마치고 AI제조업 혁신을 위한 각계의 심도있는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패널 토론 주자로 나선 김기수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은 포스코 혁신 사례로 본 AI 활용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2024년 기준 한국 제조업의 AI 도입률은 5%로, 유럽의 51%, 미국의 2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대기업은 AI가 제조 현장에서 실행 단계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어 도입률 격차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AI 도입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제조 AI 모델의 성능 저하 △양질의 제조 데이터 부족 △AI 전문 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조 현장을 찾아야한다는게 김 부사장의 조언이다. 포스코의 '아연 도금 AI 모델'은 제조업 분야의 AI 도입을 혁신적으로 이끈 사례로 꼽았다. 이 모델은 멕시코, 중국, 인도 등 14개 해외 도금 공장으로 확대됐고 글로벌 제어 시스템 AI-ZnMaster로 발전했다.

김 부사장은 “AI 모델을 제조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하려면 물리 모델과 데이터 기반 AI 모델의 장점을 융합하는 앙상블 AI 개념이 필요하다”면서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인력의 균형 있는 발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 부회장은 “데이터 인프라와 AI 표준화가 경쟁력 좌우하는 만큼 정책적 지원과 글로벌 협력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AI 프로젝트의 주요 실패 요인으로는 문제 정의의 불명확성, 데이터 부족 및 품질 문제, 기술의 과잉 적용 등이 지적되고 있다. AI 적용이 확산되려면 데이터 품질과 접근성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게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 기술적 복잡성, 시스템 통합의 어려움 등은 제조 분야에서 AI 도입과 확산을 가로막는 도전 과제”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를 강화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 AI 전문 인력 교육 및 훈련, 데이터 인프라 구축, 규제 혁신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고 AI 모델의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공유 플랫폼의 구축이 시급하”며 “또한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마키나락스 안승용 이사는 중소기업의 AI도입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제 정의와 데이터 준비도(Data Readiness)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안 이사는 “제조업에 AI를 효과적으로 도입하려면 문제 정의의 명확성이 중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문제 정의의 불명확성, △낮은 데이터 준비도, △AI 전문 인력 부족, △성공 사례 부족 등으로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AI와 제조 현장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투입해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제조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그는 “AI 기술 도입의 핵심인 제조 데이터 준비도를 개선하려면 데이터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데이터 표준을 구축하고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 및 교육이 함께 진행돼야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안 이사는 “AI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무 중심의 문제 해결 교육으로 전환하고 신규 인력뿐만 아니라 재직자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 AI 전문 인력과 기업을 연결하는 제도적 지원 또한 중요하다”면서“국가 차원의 AI 자율 공장 성공 사례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중소기업의 AI 도입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제조 데이터의 다양성 부족, 비정상 데이터의 부재, 상용화 과정에서의 신뢰성, 시스템 통합의 어려움 등은 제조업계가 AI를 도입하는 데 걸림돌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이를 두고 “높은 정확도와 신뢰성이 검증된 제조 AI는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제조 특화 AI 모델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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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회 제조 AI포럼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안승용 마키나락스이사, 김기수 포스코홀딩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정준 서울대 교수, 장웅성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단장,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부회장,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임영목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MD.

이 원장은 제조 AI의 적극적인 도입을 위해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기존 AI 모델을 제조업에 맞게 적응시키는'도메인 어답테이션' 방식을 통해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특수한 환경에서도 AI 모델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AI 모델의 결과를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 기술을 도입해 제조 현장에서의 신뢰성과 적용 가능성을 높여야 하며 제조 현장 시스템과 AI 기술을 통합해 실제 환경에 AI 모델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엔지니어 양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 주문이다. 이 원장은 “데이터 암호화와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도입해 제조 데이터의 민감성을 보호하기 위한 '데이터 보안 및 처리 기술 강화' 방안 등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조업 AI 분야 투자와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영목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MD는 “제조 AI 분야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는 3.8%에 불과하다”면서 “AI 기술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현행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과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이 AI 산업 활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규제특례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MD는 “AI 기술 혁신, 산업 진흥, 리스크 완화를 균형 있게 고려한 법률 도입이 필요하다”며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등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정부 예산 집행까지 연계된 실무형 조직을 운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법·제도 마련 및 AI 국제표준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제조업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제조업 분야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자국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반도체 산업 등을 집중 육성 중”이라며“선진국들은 제조업 회귀를 추진하고 미중 관계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면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도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도입해 산업 구조를 개편하고 일자리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면서“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기술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열린 '제1회 제조 AI 포럼'은 AI와 데이터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다. 제조업의 지능화를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OSP는 오는 20일 첨단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두 번째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