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장거리 운전에 앞서 졸음껌을 살 생각으로 무인 편의점에 들렀다. 진열장 문에 부착되어 있는 키오스크에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문을 여는 순간 에너지 음료가 눈에 띄었다. 졸음을 쫓기에는 껌과 에너지드링크를 동시에 먹는게 낫다는 생각에 두 제품을 같이 꺼냈다. 순간 키오스크에 두 제품이 동시에 표시되며 결제가 완료됐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 일종인 비전(Vision)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밴딩머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아마존고'처럼 키오스크에서 별도 선택과정 없이 물건을 꺼내는 행위만으로 결제까지 완료하는 방식으로 편의점, 숙박업소 등에서 무인매장 확산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5일 비버웍스는 최근 스마트밴딩머신(가칭)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키오스크와 진열장에 비전기술을 도입해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내는 무인판매기다. 기존에도 무게센서와 비전기술을 활용한 무인판매 제품이 있었지만 비버웍스는 비전 기술로만 이를 구현해 내 공급가를 낮추고 정확도를 향상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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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비버웍스 본사 쇼룸에서 연구원이 비전센싱 기술로 냉장고 밖으로 꺼낸 제품을 자동으로 키오스크에서 인식하는 스마트밴딩머신의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김철관 비버웍스 최고개발책임자(CDO)는 “기존제품이 무게센서를 중심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이미지는 보조적 판독 장치로 활용했다면, 스마트밴딩머신은 비전 기술로만 이를 구현해낸 것이 다른 점”이라면서 “공급가는 기존 30% 수준에서,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고객이 선택한 제품을 구별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스마트밴딩머신은 무인매장 가장 큰 고민거리인 도난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기존 국내에 공급된 무인판매기기들은 대부분 사용자가 키오스크에서 결제를 한 후 진열장에서 상품을 가져가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이론상 결제한 상품보다 제품을 더 가져가는 것을 방지할 수 없다. 고객 양심에 맡기거나 점주가 계속 CCTV로 이를 관찰해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무인운영이 확산 중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는 도난에 의한 손실율이 많게는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밴딩머신은 비전 이미지 분석으로 실시간으로 고객이 선택하는 제품을 결제 리스트에 올린다. 양손을 동시에 자판기에 넣고, 속도를 달리하거나 상품을 가리고 다양한 제품을 고르더라도 빠짐 없이 체크가 가능한 수준이다. 상용제품에서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카메라를 추가해 촬영 각도를 넓혀 100% 판별에 도전한다.

김 CDO는 “자사 AI 비전 기술은 판매상품과 상품과 손동작 조합을 학습한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히 무슨 상품이 판매(꺼냄 동작)되는지 알 수 있다”면서 “현재 1% 정도 오류가 있지만 극히 예외상황에서 발생하는 구멍까지 학습한다면 무인매장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버웍스는 키오스크·결제·출입인증 등에서 최근 두각을 보이는 핀테크 업체다. 출입인증·무인결제 시스템을 공급 중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스마트밴딩머신을 기존 공급처와 펜션, 소규모 개인 편의점에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아르바이트 구인 문제로 고충을 겪는 편의점, 1회 용품 무상제공 금지로 자동판매기를 도입을 고민 중인 숙박업소나 리조트 그리고 지하철 등 자동판매기 수요가 있는 공공시설에서 스마트밴딩머신 도입 니즈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존 제품보다 공급가가 크게 낮기 때문에 구인난 등으로 무인매장을 운영하고 싶지만, 적당한 대안이 없는 소형 점포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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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비버웍스 본사 쇼룸에서 연구원이 비전센싱 기술로 냉장고 밖으로 꺼낸 제품을 자동으로 키오스크에서 인식하는 스마트밴딩머신의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