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에 대한 실무 논의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양당이 정치적 이익을 둘러싸고 계산기를 두드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회담 추진에 대한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무에 복귀한다. 이 대표의 복귀에 따라 한 차례 연기됐던 양당 대표 회동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회동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위기다. 다만 회담 의제에 대한 양측 입장 차가 커 실무 협상 단계에서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익을 따지는 양측 차 탓으로 풀이된다.
양당 회동을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쪽은 한 대표다. 한 대표가 이 대표와의 만남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보류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세웠던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 추진도 사실상 당내 동력을 잃었다. 한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여당 내 주류가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인 탓에 당을 온전하게 장악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이 대표와 회동은 리더십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거대 야당과 맞서는 여당 대표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이 당대표 회동 생중계를 야당에 제안한 것도 역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 역시 이득이 있다. 최근 AI(인공지능) 등 과학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한 먹사니즘을 강조하며 이른바 '경제통' 이미지를 부각하는 이 대표는 연임 도전에 성공함에 따라 정책적 성과가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고려하면 여당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대표와의 회동이 정부·여당의 분열을 노리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자 회동이 윤석열 대통령과 불안한 동거 중인 한동훈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여당 지도부를 활용해 주요 법안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타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는 이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당 내외에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이미지를 제대로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양당 대표 만남을 통해 적대적 공생 관계인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사이를 갈라놓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