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제도 개선 무용지물...카카오 오픈채팅 불법행위 일반방으로 확산

Photo Image
26일 본지 기자가 들어간 카카오톡 일반 채팅방에서 불법 주식 리딩이 이뤄지고 있다. 가짜 주식매매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돈을 갈취하는 식이다.

카카오가 이달 오픈 채팅을 통한 사기를 근절한다며 도입한 새로운 신고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존 오픈채팅방에서 횡행하던 불법행위가 되레 일반 채팅방 등으로 확산하거나 간판만 바꿔 달고 영업을 이어 나가는 등 여전히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법 금융사기 범죄가 카카오 오픈채팅에서 일반 팀채팅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링크를 뿌려 접속하게 만드는 오픈채팅방과 달리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저장해 팀채팅방에 초대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기술지식 공유 교류실', '월드투어' 등 리딩방과 관련 없어 보이는 간판도 내걸었다.

채팅방에서는 '교수', '매니저' 등 바람잡이로 불리는 사람들이 수익률을 허위로 인증하며 참가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주식 리딩방에서 매일 저녁 교수라 불리는 사람이 주식 강의를 연다. 무료로 한 두 달 유망 주식을 추천해주다가 이후 '블록딜 투자'를 권유하는 양상이다. '매니저'가 장외 블록딜(주식 대량매매)에 투자하려면 당장 돈을 넣어야 한다는 식으로 대포통장에 송금을 유도한다.

이때 다른 '바람잡이'들은 이체 내역 및 수익률을 공유한다. 코스피 마감지수 퀴즈 등으로 상금을 뿌리면서 참여자를 안심시키는 방식도 사용한다. 기존에는 유료 회원을 유치해 수천만 원 가입비를 챙기는 식이었다면 현재에는 실제 존재하는 증권사나 교수를 사칭, 자체 개발한 가짜 주식매매 프로그램(HTS·MTS)에 가입시킨 후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된 것이다.

백기남 금융사기피해지원협의회장은 “유사투자자문업자도 아닌 사기 조직은 3개월간 준비 기간을 걸쳐 리딩방 한 개에 100억~400억 정도 목표를 잡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 외에는 주식 리딩방 등 양방향 채널 개설은 물론, 금융사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표시나 광고, 수익률 허위 광고도 금지한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물론 해당업에 등록하지 않은 조직이 리딩 채팅방을 운영하는 형태는 명백히 불법이라는 얘기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단방향 소통 채널에서만 투자 조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채팅방이나 댓글을 통해 양방향 소통을 하며 불법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처벌 범위가 확대되고 구체화하면서 리딩방은 음성화되고 있다”면서 “참가자들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수사기관의 인지가 어려워 신고가 관건”이라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