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효율적인 기업 탄소 거버넌스와 내부탄소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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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올해 극단적인 날씨가 기승이다. 지난 5월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고, 이제는 기록적인 열대야로 전국에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극단적인 날씨에 따른 기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로부터의 제품 수입에 관세와 비슷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CBAM)을 이미 도입했고,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쟁적으로 청정경쟁법(CCA)과 해외오염관세법(FPF)을 발의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를 구축한 국가들은 최대 소비지인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만 해도 태양광·수력·풍력에 대한 투자 규모와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상황이고, 그 결과 작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이 화력발전 설비용량을 초과했고 원자력 발전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생산 시 '재생에너지 이용 100%(RE100)'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협력업체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제품을 중심으로 원료에서 폐기까지의 탄소배출량을 보여주는 탄소발자국을 측정 및 산정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인증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규제나 기술, 시장의 변화에 대해 기업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관리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다. 바로 기후변화 공시에서 요구하는 내용이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기후변화에 따른 사업적 기회와 위험을 내부통제시스템에 반영해 체계적으로 보고를 받고, 기후변화를 사업 전략과 위험관리 방안에 반영하고, 경영층 및 조직의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해 평가하고 보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관리도구가 제시되고 있으며 탄소회계와 내부탄소가격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탄소회계란 기업활동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대기업 다수가 이미 탄소배출 관련 규제를 받거나 대외적으로 배출목표를 공포했기 때문에 탄소회계를 실시하고 있다. 내부탄소가격이란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업 단위별로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을 유도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평가된다.

내부탄소가격은 엑슨모빌, 쉘, BP 등 에너지기업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CJ제일제당, KT&G, LG전자,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기업에서 내부탄소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신규 투자사업에 대해 탄소배출량에 일정 수준의 내부탄소가격을 적용해, 향후 발생될 수 있는 탄소배출 관련 비용을 추정 현금흐름에 반영, 순현재가치 또는 내부수익률을 구해 투자 대안 사이에 어느 것이 더 경제성이 높은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플랜트와 같이 한번 구축하면 수십년동안 사용하는 설비나 자산에 대해 적용할 수 있으므로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현재의 감축활동이나 제품별 감축성과를 유도하는데에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단시간에 감축 성과를 유도하기 위해서 각 사업단위가 배출하는 양에 대해 종량제로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이런 것을 내부탄소세(Internal Carbon Tax)라고 하며, 관리회계적 측면에서 사업단위별, 더 나아가서 제품별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원가에 반영할 수 있으므로 지금 당장 사업 단위별로 원가절감 측면의 감축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기업 내에서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향상, 수소·암모니아 연료전환, 친환경차 도입, 탄소배출권 구매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사 조직인 탄소배출감축 조직에 예산을 수립하고 감축활동을 하려면 사업본부나 사업부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 내에서 내부 탄소세와 같은 내부탄소가격을 책정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면, 사업 단위별 원가 절감과 감축 투자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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