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기준금리 3.5% 만장일치 동결…부동산·가계부채 불안 여전
금통위원 6인 중 4인 “3개월내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올해 성장전망 2.4%로 0.1%P 하향…“소비 회복, IT경기 확장” 성장 경로 주된 요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2.4%로 기존 대비 0.1%포인트(P) 낮췄다. 석 달 만의 하향 조정이다. 성장에 대한 눈높이를 다소 낮추면서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수렴하고 있는 만큼 향후 3개월 이내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50%의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7개월째 동결이다. 이날 금통위에서 금융통화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여당과 시장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날 재차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부동산·금융시장의 불안이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소비도 한은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날 한은은 금리 동결 발표 직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0.1%P 낮췄다. 지난 5월 2.1%에서 2.5%로 0.4%P 대폭 상향한 뒤 석 달 만의 하향 조정이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가 반도체 등 IT업종의 수출 확대 영향으로 직전 분기 대비 1.3% 성장하는 '깜짝 성장'을 보여줬지만, 2분기의 역성장(-0.2%)이 한은의 눈높이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 침체로 인해 소비보다 더디게 회복된 영향이다. 성장에 대한 눈높이를 다소 낮추면서도 향후 수출 증가세와 소비 회복 속도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는 종전의 2.1%를 유지했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도 2.5%로 0.1%P 하향 조정했다.
결국 금리 인하 여부는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안정과 성장세 여부에 달린 셈이다. 한은은 향후 성장 경로가 소비 회복세와 IT경기 확장 속도, 주요국의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은 향후 3개월 이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