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민간자격 치료가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 이슈로 이를 언급하면서, 개선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22일 국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민간치료가 실손보험 대상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동일한 사안이 다뤄졌음에도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재차 중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발달지연 치료는 또래에 비해 언어나 행동 발달 속도가 느린 아동에 대한 치료를 말한다. 실손보험에선 해당 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일부 보험사가 현행 제도상 민간치료사에 의해 이뤄진 발달지연 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 운영지침'에서 의료인 및 의료기사 자격을 해당 의료 기관에 상근하는 의료법상 자격자로 제한하고 있다. 미술치료사나 음악치료사, 놀이치료사 등 민간 치료가 의료행위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손해보험사들이 일부 발달지연 치료 보험금 청구에 대해 부지급 결정을 내리면서, 보험 가입자 반발이 거세졌다. 지난해 '발달지연 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는 발달지연 치료 보험금 심사 및 의료자문 과정을 관리해달라며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작년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가 금감원에 개선을 요구했고, 금감원도 보험사에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민간치료가 의료행위로 인정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도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면서, 법적·제도적 미비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민간자격사 치료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산업조사실 관계자는 “현재 법원과 금융당국은 사안별로 실손보험 대상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과 유기적인 해석을 통해 입법·정책적 개선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갈등이 지속되면서 보험사들도 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은 법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꽤 많은 사안인데 금감원 지도 이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