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중요 정치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도 순연했다. 다만 여야 대표 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물밑 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2일 “이 대표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 방역지침에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에 지도부의 봉하·양산 방문 일정은 순연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된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을 방문한다고 예고했다. 특히 평산마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예정됐다. 전당대회 이후 '친명(친 이재명)'계가 민주당 지도부를 독식한 뒤 공개한 첫 통합 행보였다.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가 문 전 대통령의 영상축사에 야유를 보내는 등 갈등도 드러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도 무산됐다. 민주당은 추후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 일정을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가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인 탓에 언제 문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이 잡힐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25일 예고된 한 대표와의 회동도 연기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자가격리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한 대표 측에 양해를 구했고 한 대표 측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한 대표와의 회동이 예정된 25일까지 증상이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해식 비서실장이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한 대표 역시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 “이 대표 측이 코로나 증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회동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 전해왔다. 이 대표의 쾌유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이 대표의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회동과 관련한 의제를 지속해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대표 회동의 의제로는 해병대원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개편안, 1인당 25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구당 부활 등 정치개혁, AI 등 신산업 분야 투자 등이 예상된다.
한 대표는 “시간이 더욱 생긴 만큼 충실하게 준비해서 민생을 위한 회담, 정치 복원을 위한 회담, 정쟁을 중단하는 선언이 담긴 회담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우리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 측도 “어제까지 (회동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 (비서실장끼리) 얘기도 하고 다시 만나서 협의하자고 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이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연기하자는 전화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