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추가보상권 도입의 위험성:영상 산업에 도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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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최근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저작물 창작자들에게 '추가보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도가 과연 우리 영상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창작자들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 영상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제도

영화나 드라마 제작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98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은 성공 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추가보상권이 도입되면 어떻게 될까? 투자자들은 미래의 불확실한 추가 비용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블록버스터 영화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시스템에서는 이 수익이 투자 위험을 감수한 제작사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만, 추가보상권이 도입되면 이 수익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창작자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투자 위험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영상 제작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더구나 이 제도는 성공한 작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한 작품들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수익까지 가져가게 되어, 전체적인 산업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영화산업에서는 흔히 '1대 9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즉, 10편의 영화 중 1편의 대박이 나머지 9편의 실패를 만회한다는 것이다. 추가보상권은 이러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공한 작품의 수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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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김용희 오픈루트 위원

2. 계약자유의 원칙 침해

추가보상권은 창작자와 제작사가 자유롭게 협상해 결정한 보상 조건을 무시하고, 법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추가 보상을 강제한다. 이는 현재 영화산업에 존재하는 다양한 계약 형태(예: 낮은 계약금에 흥행 수익 배분, 높은 계약금에 수익 배분 포기 등)의 유연성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신인 창작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더 큰 위험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3.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우리 영상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한국 콘텐츠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53.9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방송 산업의 수출액은 29.6% 증가해 5억6129만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추가보상권 도입은 이런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해외 플랫폼이나 제작사들이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꺼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때, 추가보상권으로 인한 불확실한 비용 증가를 우려해 투자를 줄이거나 포기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제도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된다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나 티빙은 추가보상권을 적용받지만, 넷플릭스는 적용받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 될 것이다. 반대로 해외 기업에도 적용하려 한다면, 이는 국제법과 충돌할 수 있는 문제를 야기한다. WTO의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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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4. 법적 불확실성과 소송 리스크

추가보상권의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가 모호하다. '기여도'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가? 특히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SVoD) 같은 새로운 유통 모델에서는 개별 작품의 수익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 이는 끊임없는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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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5. 창작자에게도 불리한 제도

아이러니 하게도,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 제도가 오히려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제작사나 투자자들이 추가보상의 리스크를 고려해 초기 계약 단계에서 더 낮은 보수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제작사들이 상업적 성공이 보장된 작품이나 유명 감독의 작품에만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어, 실험적인 작품이나 신인 창작자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을 해치고, 새로운 인재의 등용 기회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6. 해외 사례의 맹목적 추종은 위험

EU 저작권 지침은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언급하면서도 '계약 자유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추가보상 제도가 법률이 아닌 단체협약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단체교섭이나 공동보상규칙에 따라 결정되는 보상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 정부 위원회의 연구 결과 추가보상권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각국의 상황과 접근 방식이 다양한 만큼, 해외 사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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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7. 대안적 접근 방식의 필요성

영상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창작자의 권익 보호는 모두가 동의하는 목표다. 그러나 추가보상권이 과연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산업의 역동성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창작자들에게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제도다.

대신 우리는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불공정 계약을 규제하고, 창작자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성공한 작품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산업 자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이 산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 소중한 산업의 미래를 위해, 추가보상권 도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 영상산업과 창작자들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yh.kim81@dgu.ac.kr

〈필자〉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이자 오픈루트 연구위원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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