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에 돌입하고 처음 채권자와 마주 앉았다. 투자 유치를 불씨로 빠른 정산, 구조조정 등을 통해 플랫폼을 정상화하겠다는 자구책을 제시했다.
13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회생절차 협의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채무자인 티메프와 채권자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공식적으로 마주한 것은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자리에는 류광진·류화현 티메프 대표자, 채권자 협의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피해 셀러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채권자 협의회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문화진흥, 카카오페이, 교원투어, 한샘 등이 각각 참석했다.
협의회는 전날 티메프가 제출한 자율 구조조정 계획안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는 구조조정 펀드 등의 투자를 받아서 채무를 상환한 후 플랫폼을 정상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스크로 계좌 도입 △배송완료 후 1일 뒤 정산 △정산 시스템 개편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한 후 3년 내 재매각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핵심인 미정산 대금 변제에 대해서는 소액 채권을 우선 변제하고 특수관계자 채무를 전액 출자 전환해 무상 감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분할 변제 방식과 일정 비율 채권을 일시 변제한 후 출자 전환하는 방식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 계획을 제시했지만 채권자 측 반대에 부딪혔다. 티메프 측은 투자 유치를 통해 약 10만여 명의 채권자에게 200만원 씩 변제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협의회를 마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ARS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100% 변제하고자 한 것”이라며 “8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 또한 “1000억원 또는 그 이상의 금액을 확보해 정상화하려 한다”고 답했다.
결국 관건은 투자 유치다. 이번 사태로 티메프는 커머스 시장 전반에서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플랫폼 정상화를 위한 투자 유치는 물론 고객·셀러 회복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경우 자구책 또한 성공 가능성이 사라진다.
셀러 입장에서도 투자 유치 가능성에 기대는 수 밖에 없다. 만약 ARS 프로그램이 종료될 경우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회생절차 개시가 허가되면 채무로 남아 있는 미정산 대금의 일부 탕감이 불가피하다. 기각되면 두 회사는 사실상 파산에 이를 수 있다.
첫 만남을 마무리한 티메프와 채권자 측은 오는 30일 오후 두 번째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티메프는 ARS 기간 연장을 위한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피해 셀러 비대위는 내부 의견을 모아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