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유 후보자 적격성을 놓고 여야 평가가 엇갈리면서 보고서 채택 시한인 8월 12일을 넘겼다. 재송부 요청 기한 내에도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유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요청안이 송부된 날로부터 20일째인 이날까지 청문보고서를 완료해 정부에 보내야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송부됐다.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13일부터 열흘 이내에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재송부 요청 기한 내에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유 후보자를 과기정통부 장관에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국회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결격사유를 발견했고 자진사퇴를 요구한 상태”라며 “적격·부적격을 명시한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아예 채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지금으로선 후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재송부를 요청하면 오는 14일 열리는 국회 과방위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에서 해당 안건이 다뤄질 수도 있지만 적격·부적격에 대한 결론 없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 경우 유 후보자 장관 임명 여부에 대한 공은 대통령에게 넘겨진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당시에는 야당 반대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지 하루만에 임명 강행 수순을 밟았다. 다만 과기정통부 장관 인선은 여야 방송 정쟁과는 무관한 만큼 전체회의 의결을 염두에 두고 재송부 기한을 하루 이상으로 잡을 가능성도 있다.
유 후보자도 야권의 자진사퇴 압박에 사실상 거부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국회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해 은폐와 위증을 했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유 후보자는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장남 병역면제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사실을 인사청문회에서 거짓없이 그대로 설명드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관계자는 “부적격 의견을 담아서 내더라도 상임위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결론을 냈다고 보고 임명을 강행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