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긴 정산 주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셀러 달래기에 나섰다. 판매자 센터를 통해 빠른 정산 시스템을 강조하고, 자본 현황을 공개해 불안을 잠재우는 모습이다.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정부가 e커머스 정산기한 도입을 발표하면서 패션 플랫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스타일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최근 '데일리정산'시스템 소개 메시지를 파트너센터 회원에게 전달했다. '지그재그'와 '포스티'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일 정산 시스템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구매 확정이 이뤄진 건에 대해 5영업일째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또한 결제대금보호서비스(에스크로)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리도 판매자센터 공지를 통해 출시 이래 정산 오류나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과 자본잉여금을 1500억원 보유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무신사도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에 대한 정산 주기가 평균 25일(최소 10일)”이라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무신사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4200억원이며 자본총계는 약 6800억원이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과 '발란'도 이달 초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발란은 지난해 말부터 PG사와 정산대행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올 하반기 내 출시 계획이다. 트렌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산대행서비스를 연내 도입 예정이다.
티메프발 정산 지연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대한 셀러 불안이 커지자 패션 플랫폼은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일부 플랫폼의 경우 자금난 우려가 있다. 무신사외 패션 플랫폼 대부분이 누적 적자가 상당한 상황이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현재 2042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의 경우 3년 동안 누적 적자가 1096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브랜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도 미처리 결손금이 존재한다.
패션플랫폼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정산 주기마저 앞당겨진다면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e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을 도입하고, 판매대금을 따로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의 경우 각자 상황에 맞춰 정산주기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때 정산주기를 제도적으로 일원화한다면 자금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은 기업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신규 사업 투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온라인 패션 시장은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의류와 신발 시장 규모는 3.6% 감소했다. 이는 온라인 패션·신발 시장에서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