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전체 솔루션 업계 “中 빈자리 공략”…미국 시장 공세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기업 퇴출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유전체 솔루션 업체들이 빈자리를 꿰차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법인설립과 인력보강, 현지 기업 인수합병(M&A)까지 대대적인 투자로 중국 기업 대체에 나섰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크로젠, 엔젠바이오, 메디사피엔스 등 국내 유전체 솔루션 업체들은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생물보안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기업이 퇴출되는데 따른 사업 기회를 잡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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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마크로젠은 자회사 소마젠을 통해 미국 유전체 분석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생물보안법 이슈로 중국 유전체 분석 기업에 맡겼던 물량이 상당수 소마젠으로 몰리면서 인력과 장비를 지속 늘리고 있다. 올해부턴 미국 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원스톱 분석 솔루션 전략을 가동한 데 이어 내년엔 건강관리 플랫폼 '젠톡'까지 현지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젠바이오는 올해 3월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실험실표준인증(CLIA)랩을 인수한데 이어 혈액·마약검사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던 뉴저지 소재 CLIA랩까지 추가 인수했다. 두 곳을 미국 사업 전초기지로 삼아 현지 유전체 분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회사는 유전체 분석뿐 아니라 제약사, 병원 등에서 유전체 분석 기반 진단 수요까지 확대된다고 판단, 내년엔 한국에서 제공하는 분석·진단 서비스도 두 곳의 CLIA랩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국내에서 질병 유전자 진단 영역은 시장 선두를 달리는 만큼 이 제품을 미국에 적용해 현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인수한 두 곳의 시설은 내년 매출이 두 배가량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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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업체별 미국 시장 공략 전략

인공지능(AI) 기반 희귀질환 진단·예측 솔루션 기업인 메디사피엔스는 미국 서부 최대 병원 중 하나인 샤프병원그룹과 협업을 바탕으로 영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 4월 샤프병원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샤프 병원 내 실험시설을 구축, 병원 소아 희귀질환 진단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내년에는 샤프 병원의 위탁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다른 병원과도 파트너십을 추가 체결할 계획이다. 또 대만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 미국 법인 인력과 장비도 늘릴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생명 정보가 적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생물보안법 제정을 추진했다. 특히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바이오기업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BGI 등 중국 5개 기업을 선정해 사실상 중국 바이오기업 퇴출을 공식화했다. 올 초 관련 법안 발의 후 지난 5월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이르면 12월 입법 작업이 완료돼 2032년 1월 1일부터 5개 중국 기업은 미국 내 사업을 못하게 된다.

국내 유전체 분석 업계는 중국 최대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인 BGI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빈자리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시장을 독식하던 미국 일루미나를 빠르게 뒤쫓았던 유일한 기업이 사라지면서 대체재로 한국 기업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생물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바이오 시장 전역에서 중국기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대체 기업을 찾기 위해 분주할 것”이라며 “빈자리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인도 등 모든 국가에 열려있는 만큼 선제적 투자와 솔루션 경쟁력을 높여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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