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렇다 할 반등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사업에서 반등하지 못할 경우 회사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애플의 중국 아이폰 판매량은 약 970만대로 전년동기(1040만대) 대비 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16%에서 14%로 줄었다. 점유율 순위는 약 4년 만에 5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같은 시장 점유율 하락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중국 현지 스마트폰 선호 현상 여파로 해석된다. 애플 빈자리는 비보(19%)와 오포(16%), 아너(15%), 화웨이(15%), 샤오미(14%)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차지했다. 애플은 올해 초 이례적으로 할인 공세를 펼치며 아이폰 판매에 주력했으나, 중국 사업자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은 애플이 중국 아이폰 판매량 반등을 위한 조건으로 회사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을 꼽는다. 현지 '애국소비' 열풍을 잠재울 유일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카날리스는 “화웨이, 아너, 오포, 비보 등 현지 브랜드가 생성형 AI을 접목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향후 중국 시장 내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문제는 반등의 핵심 키로 불린 인공지능(AI) 아이폰 출시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에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챗봇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올해까지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승인한 외국 생성형 AI 모델은 '0건'이다.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가치를 답변하지 못하는 모델을 배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사 제품에 AI 모델을 탑재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진 AI 기능 출시 시점 자체도 불투명하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16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하지 않고 출시한다. AI 기능은 출시 한달 이후부터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정확한 출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이 중국 아이폰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엔 전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 중 15%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시장이다. 올해 1분기 애플 매출은 907억 5000만 달러(약 124조 4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아이폰 중국 판매량(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은 19.1% 급감했고, 중화권 매출(163억 7200만달러·약 22조4500억원)은 8% 이상 떨어졌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