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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석 단국대 교수

백년기업 성장에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와 우수한 연구진, 숙련된 기술자들이 한 분야에서 20년, 30년 장기간 노력한 결과들이 필요하다.

2022년 통계에 의하면 100년 된 기업의 수가 독일 3만개, 일본 1만개에 육박할 때 우리나라는 두산, 몽고식품, 동화약품 등 10여개에 불과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상속·증여세가 일조를 하는건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한 상속증여세를 포함한 세재 개편을 언급한 이후 여러 형태의 세재 완화 검토에 대한 경제실장, 기재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의 의견이 언론에 자주 표출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거쳐 기업을 이끌어 오던 최고경영자(CEO)들과 베이비부머 시대 후계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왔다. 수년 내 맞이할 경영 2, 3세대에 대한 대규모 기업 승계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리라 생각된다.

그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 지분이나 기업을 부득이하게 매각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다. 국내에서는 국내 1위 종자개발 기업인 농우바이오의 경영권 농협 매각, 해당분야 세계 1위였던 유니더스의 사모펀드 지분 매각 같은 사례가 있었다.

해외 사례로는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기업인 이케아가 네덜란드로 본사를 이전한 케이스와 스웨덴의 아스트라AB가 영국 제약사에 인수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기업 상속세 60%(최대주주 할증 포함 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위다. 회사 승계로 인한 증여세 문제로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증여세에 발목이 잡혀 은퇴를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에 개편된 상속·증여세 과세체계가 25년 넘게 유지된 반면 해외 주요국은 꾸준히 상속·증여세를 폐지·완화해왔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의 많은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미국은 55%→40%로, 독일은 35%→ 30%로, 이탈리아는 27%→ 4%로 인하했다. 기업들의 지속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다. US 택스 파운데이션(US Tax Foundation)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재산세재 글로벌 경쟁력은 OECD 38개국 중 32~34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비해 높은 상속·증여세 과세로 인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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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증여세는 부의 재분배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 지속성장을 통한 성장사다리(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도 놓칠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 정책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다만 기업의 지속성장과 육성 측면의 다각적 시각에서 기업상속 문제를 접근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이중과세로 부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야기시킨다 하겠다. 1990년대 과거 불안전한 소득세의 회피에 대한 보완 목적으로 도입한 상속·증여세는 요즘처럼 과세행정이 발달한 시대와 다소 동 떨어진 세금으로 정당성이 취약해졌다.

둘째, 본래 취지인 부의 재분배에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엘런 블라인더는 “전 세계 부의 불평등 2%만이 상속으로 설명된다”고 했다. 2022년 1월 전미경제연구소도 “상속 증여는 경제 전체의 부의 분배에 아주 작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상속 증여세는 부의 불평등 완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셋째, 기업의 투자·고용 및 기업가 정신을 저해해 경제적 손실을 가져 온다.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투자와 고용활동을 위축시킴으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태롭게 한다.

넷째, 기업체질을 약화시켜 자본시장 경쟁력을 저해한다. 기업 승계자는 상속세 재원마련을 위해 기업지분을 매각하거나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 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기업가정신을 복돋우며 경제 전반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첫째, 단기적으로 현 세율인 50%를 40% 인하(25일 발표)에 그칠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30%로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속 증여세 폐지와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최대주주의 주식 할증평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상황에서는 대외위험과 성장잠재력에 지배구조가 중요한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일반적 평가액에 20%를 가산해 상속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는 개선해 미국, 영국, 독일처럼 사안별로 할증, 할인 가능하거나 일본 같은 유형별 차등을 검토했으면 한다.

셋째, 상속세 과세 방식의 전환으로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했으면 한다. 유산세는(OECD중 4개국 채택) 피상속인 재산 총액에 과세하는 반면 유산취득세는 개별상속분을 먼저 분할 후 각자의 상속분을 기준으로 과세해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맞는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지는 까닭에 OECD 국가 중 대부분인 19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넷째, 기업 상속 공제제도 개선으로 우리나라는 기업승계를 위해 일정규모 한도로 상속재산을 과세대상에서 공제해 주고 있다. 다만 그 공제 규모가 제한적이고 사전(10년 이상 경영) 사후(자산, 지분, 고용유지 조건 5년 이상) 관리 요건이 까다로워 제도의 활용율이 높지 않다. 이를 독일, 영국, 이탈리아 사례처럼 완화해 기업 승계인이 전문경영인을 고용하는 등 상속받은 기업을 유지 발전 시킬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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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공익법인 상속·증여세 과세 완화로 우리나라는 공익법인에 기업의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도 일정한도 초과시 상속·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대주주가 관련 공익재단에 자사주를 편법 출연해 경영권도 강화하며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부분을 유의하고, 상속 시 상속대상 보통주를 의결우선주와 배당우선주로 분리해 배당 우선주에만 상속세를 부과하여 경영권 유지에 도움을 주는 법률제정도 필요해 보인다.

그간 상속·증여세 영향 때문에 공익 목적의 기업 주식출연등 기부활동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출연한후 뜻하지 않게 상속·증여세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국자선지원재단 '2023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 참여지수는 세계 142개국중 79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 수준에 맞추어 면세한도를 조정해 기업의 주식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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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제 부흥을 뒷받침한 히든챔피언 기업들처럼 보다 많은 우리 기업이 한국형 히든챔피언이 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유망한 선도기술을 가진 기업이 상속·증여세로 하루아침에 반토막나서 기업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종업원은 일자리를 잃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기업 승계자들도 상속 증여세를 부담하기 위해 어처구니 없게 기업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넘겨 기업이 사라지거나 경영권을 잃어버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현재 세재체계 속에서는 기업을 3번 승계하면 상속·증여세를 내느라 기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모쪼록 상속·증여세 개편으로 우리나라 백년기업도 기업이 위치한 지역의 경제와 고용창출을 이끌고 지역민들 사랑을 받으며 뿌리내리고 활성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한석 단국대 교수 ohsim2004@dankook.ac.kr

〈필자〉2005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기술개발센터장, 정책기획실장, 중견기업단장 등 국가연구개발 정책·기획·평가, 기술개발, 중견기업 육성 지원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현재 월드클래스기업협회 자문교수,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비상임 이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렴옴부즈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전담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6년 중견기업육성 유공 국무총리 표창, 2019년 소재부품기술개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