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인공지능(AI)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돼 현대사회 혁신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논문 초안을 작성하고, 법적 판례를 분석해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쓰인다거나 복잡한 컴퓨터 코드를 생성하고 디버깅하는 과정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처럼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며 문명 진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AI 발전에는 상당한 전력 소모가 따른다. 예를 들어 챗GPT를 한 번 검색하는 데 드는 전력은 일반적인 구글 검색보다 10배나 많다고 한다.
AI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 증가는 필연적이다. AI에 필요한 전력 소비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다. 데이터 연산뿐 아니라 메모리를 서늘하게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냉방하는 데도 다량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좀 더 넓게 보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도 많은 전기와 열이 소비된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도 무색하게 글로벌 스탠더드는 탄소배출 제로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신뿐 아니라 연계된 기업에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RE100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무모한 도전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2050년까지 10~15기가와트(GW)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까지 732개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도입될 전망인데, 이 중 80%는 수도권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산업만 봐도 전력 수요 수도권 집중화는 뻔한데, 재생에너지 산지는 호남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까지 전력을 보낼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송전망이 설치돼도 그 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배터리(ESS) 확충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소형모듈형원자로(SMR)는 매우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SMR은 높은 에너지밀도를 기반으로 좁은 공간에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 SMR은 대형 원전과 달리 대규모 냉각수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내륙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원을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어 송전선 없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특히 제4세대 원자로 기술이 적용된 SMR은 분산 전원으로 최적이다. 금속 핵연료를 사용하는 고속로나 용융염 원자로는 방사선 누출 사고의 가능성을 극도로 낮추고,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변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 고품질 전기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AI 산업에 딱 맞는 SMR 기술을 확보해 놓는다면 송전선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무탄소 발전원을 확보하지 못해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의 문을 닫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다행히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SMR 기술이 있다. 지금이 바로 AI와 찰떡궁합인 SMR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이영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차세대원자력정책센터장 joon96@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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