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공지능(AI) 비서는 국적이 어딘가요?” 이런 질문이 의미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생성형 AI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결과물이다. 최근 주권형 AI라고 불리는 소버린(Sovereign) AI가 주목받고 있다. AI가 중요한 사회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여러 국가가 소버린 AI 전략을 검토 중이다.
소버린 AI는 자국의 데이터, 기술, 인재를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개념이다. 말 그대로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독자적인 AI를 개발하거나 그 개발을 지원하는 행동이다.
소버린 AI가 등장한 배경은 글로벌 기업들의 AI 기술 독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들이 AI 시장을 장악하고 표준이 되는 것에 대해, 각국 정부는 자국의 데이터와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중요한 정보의 해외 유출 방지와 핵심 기술의 자주성 확보, 자국의 법규와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AI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흡사 AI에 국적을 부여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다.
최근 가트너가 발표한 2024년 AI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에 의하면 소버린 AI는 혁신 촉발(Innovation Trigger)단계로 2년에서 5년 사이에 생산 안정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생성형 AI는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을 지나 환멸의 계곡(Trough of Disillusionment)으로 진입하는 단계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론 생성형 AI가 활용성 증가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소버린 AI가 정부 지원 및 데이터 주권으로 인해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등은 적극적인 투자로 소버린 AI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어 중심의 특화 챗봇을 개발하고, 지역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AI 서비스를 선뵈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국가의 지원을 무기로 자국 또는 역내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 현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특정 국가나 지역의 언어, 문화에 특화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데이터 보호법규 및 AI 윤리 기준을 준수한다.
금융에서도 소버린 AI의 개념은 중요해질 전망이다. 금융 정보의 민감성, 국가별 규정 준수, 지역별 고객의 금융 행동 등 특화된 AI 모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은 경제 안보 및 국가 경쟁력과 밀접하기 때문에 소버린 AI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이나 국가 차원의 금융 사기 탐지 시스템 구축, 국내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도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소버린 AI는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데이터 주권과 기술 독립성을 강조하는 정책적 접근이다. 거대 언어 모델 및 데이터 학습 등 기본 메커니즘은 생성형 AI와 차이가 없다. 다만, 데이터의 출처, 훈련 방식, 운영 환경 등 AI를 어떻게 개발하고 배포하며 관리하는지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소버린 AI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는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위치의 국내 제한, 국내 기술과 데이터의 우선 이용, 엄격한 국내 규제 준수 등일 것이다.
이처럼 소버린 AI가 국가 경쟁력 강화의 도구가 되려면 정부와 기업의 투자 확대 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 및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이뤄져야 한다. 과연 우리는 AI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발급할 준비가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곧 소버린 AI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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