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공습이 심상치 않다.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치밀하면서 매우 견고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 협력을 위해 뭉친 일본 기업 연합체 'JOINT2'가 미국 소재·장비 기업과 협력한다는 소식이 9일 전해졌다. 'US-JOINT'를 만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하고, 클린룸과 장비들을 도입해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US-JOINT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가볍지 않다. 일본에서는 레조낙(옛 쇼와덴코)·MEC·얼박·나믹스·TOK·토와가, 미국은 애지머스·KLA·쿨리케앤소파·모지스레이크인터스트리까지 총 10개사가 참여했다. 모두 각 분야 전문 기업들이다.

표면적 목적은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이다. 소재에 강점이 있는 일본과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앞선 미국 기업이 힘을 합쳐 미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상용화하자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는 패키징은 과거 노광이나 에칭 등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회로 미세화가 일정 한계에 봉착하면서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으로 패키징 기술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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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치토세에 건설 중인 라피더스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외신)

US-JOINT 출범이 예사롭지 않은 건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일본과 미국이 손을 맞잡았다는 데 있다. 차세대 반도체는 개발 난도를 미뤄볼 때 기존에 없던 소재, 부품, 장비를 활용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특히 선발주자들이 뭉칠 수록 더 유리하다. 일본 소재사들이 미국에 손을 내민 것도 이런 선제적인 협력 R&D를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우려되는 건 우리나라다. 일본이 미국과 힘을 합쳐 패키징을 주도하게 되면 한국의 일본 소재나 부품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과 미국이 더 깊은 밀월 관계로 나아간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은 심상치 않은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일본 반도체 재건 대표주자인 라피더스는 IBM에서 기술 지원을 받으며 2나노미터(㎚) 반도체 상용화를 추진, 삼성전자의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 중이다.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으로 치달은 지 오래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경각심을 갖고 치밀한 전략 마련과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