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나 16세에 임신하고 학교까지 자퇴한 '흙수저' 정치인 안젤라 레이너(44)가 영국의 2인자 자리에 올라 그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이날 레이너를 부총리 겸 균등 발전·주거·지역사회부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권은 14년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전격 교체됐다. 이에 따라 엘리트 정치인이 꽉 잡고 있는 영국 정계에서 '흙수저' 출신 키어 스타머 신임 영국 총리가 새로 출범한 내각 구성원에도 관심이 쏠렸다.
신임 부총리인 레이너도 빈곤한 가정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레이터맨체스터주 스톡포트의 공공주택에서 살던 그의 가족은 난방비조차도 제때 내지 못해 난방이 끊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실직 상태였으며, 어머니는 조울증을 앓고 있어 보호자가 아닌 그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었다. 또한 어머니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이어서, 집에는 변변한 책 한권조차 없었다.
16세에 자퇴를 한 그는 어린 나이에 덜컥 임신까지 하게 됐다. 학교를 떠난 그는 당시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출산 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레이너는 노동당 정부가 운영하던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인 '슈어 스타트 센터'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해 간병인이 됐다. 그 곳에서 돌봄 노동자 노조 간부로 활동하며 열악한 처우 개선과 권익 증진에 앞장섰다.
2015년 의회에 입성한 레이너 의원은 당시 애슈턴 언더 라인 선거구 18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원이 됐다. 노동당이 야당이던 시절 그림자 내각(예비 내각)에서 교육부 장관, 여성부 장관 등 직책을 맡아왔다.
정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2017년에는 37세 나이로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그가 16살에 낳은 첫째 아들인 라이언이 아버지가 된 것이다.
레이너는 강한 북부 억양을 가지고 있어, 반대파 지지자들로부터 이를 공격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내가 자란 곳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말할 뿐”이라고 받아 치면서 “저처럼 '주제를 알아라'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공적인 자리에도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