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한 반려견은 사람 아기가 단어를 배우듯 주인의 대화를 엿듣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ELTE)·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샤니 드로르 박사팀은 '영리한 단어 학습자'(Gifted Word Learners · GWLs)로 분류한 일부 똑똑한 반려견의 단어 학습 능력을 연구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어 습득에 재능이 있는 반려견이 주인의 대화를 엿듣는 것 만으로도 2가지 새로운 단어를 습득했으며, 이는 18~23개월 된 인간 아기와 거의 비슷한 학습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논문 제1저자인 드로르 박사는 영국 BBC 사이언스 포커스와 인터뷰에서 “이 개들은 엿듣기를 통해 주인이 가르쳐줬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단어를 습득했다”며 “이는 18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이 나잇대 아이들이 말소리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개들은 “앉아”, “기다려”, “엎드려” 등 간단한 행동 관련 지시는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사물의 '이름'을 익히는 '명칭 학습'은 이보다 더 어렵다.

일부 천재견들은 수백 개의 장난감 이름을 외우기도 한다. 명칭 학습이 가능한 천재견은 특히 보더콜리 같은 목축견에서 많이 발견됐다. 주인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개들이 선호되면서 이 특별한 재능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축견 사이에서도 엿듣기를 통한 명칭 학습은 매우 드문 재능이다. 지능이 아무리 높아도 대다수가 주인과 놀이 같은 상호작용이나 의도적인 훈련을 통해서 단어를 익힌다.
연구팀은 엿들은 대화를 통해 단어를 습득하는 개들을 GWLs로 분류하고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직접 단어를 가르쳐주는 것과 엿들을 상황을 조성해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한 실험이다.

실험에는 GWLs로 분류한 보더콜리 7마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1마리, 미니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1마리,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블루힐러) 믹스견 1마리 총 10마리가 참여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견주가 개에게 말을 걸어 직접 장난감 2개를 반복해 알려주도록 했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견주에게 개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장난감 2개를 건네주도록 요청했다. 견주는 “이건 가오리야. 가오리 줄까?” 같은 대화를 이어가며 장난감의 이름을 대화에 녹였다. 대화 참가자 모두 대화를 하는 동안 반려견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
며칠 후 견주는 반려견에게 다른 방에 놓아둔 장난감 중 새 장난감 이름을 말하며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다른 방에는 새 장난감 2개와 익숙한 장난감 9개가 있었다.
그 결과 실험에 참여한 10마리 중 7마리가 성공적으로 장난감을 가져왔다. 직접 소개한 경우엔 92% 확률로, 엿듣기는 이보다 살짝 떨어졌지만 83%라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의 페데리코 로사노 비교인지 연구원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 7마리 개들은 어린아이들이 하는 행동과 매우 유사한, 정말 놀라운 학습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똑똑한 개들은 시야에서 사라진 물건의 이름도 학습했다. 추가 실험에서 장난감을 양동이에 넣어 숨긴 뒤 양동이만 보여주며 새 장난감의 이름을 반복해 들려주자, 이후 80% 정확도로 새 장난감을 구분해냈다.
드로르 박사는 이번 연구가 매우 지능이 높은 소수의 개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일반 대중과 과학자들이 개의 놀라운 사회적 능력을 깊이 이해하고, 개와의 소통에서 그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