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분야 1호 정부입법안
자율에 맡기고 사후책임 강화
공정위 온플법에 영향 주목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22대 국회에 재발의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호 정부입법안이다.
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국무회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차관회의·법제처 심사·국무회의 단계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 트랙'으로 해당 법안을 재발의했다.
정부입법안은 모든 부처 동의를 바탕으로 입법 발의가 가능하다. 정부입법으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자율규제 활성화를 통한 디지털플랫폼 사업 성장과 이용자 보호·상생협력이 목적이다. 디지털 플랫폼 등 민간 주도의 다양하고 유연한 규제를 실현하는 취지다.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디지털플랫폼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 틀 내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된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전송서비스를 이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서비스 사업자를 의미한다.
디지털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시한다. 민간 자율규제 기구를 설립하고, 정부는 자율규제 활동의 지원시책을 마련한다. 자율규제 확산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용자보호 미이행, 부당한 계약 등 부가통신사의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가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제재한다. 자율규제 성과에 따라 과징금 등을 감경할 근거도 마련한다.
개정안은 디지털플랫폼 성장을 고려해 자율 영역에 맡기되,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민간자율기구와 같이 이미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정책에 법률 근거를 마련했다.
플랫폼 자율규제 법안이 ICT 분야 정부입법 1호 법안으로 발의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서 플랫폼 규제 방식을 두고 정부부처간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감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말부터 플랫폼 공정거래 촉진법(가칭)을 추진했지만, 정부입법안으로 제출하지 못했고 올해 2월부터 전면 재검토에 돌입했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플랫폼 영향력이 큰 사업자를 시장지배적사업자(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최혜대우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경쟁사 거래 방해행위) 등을 금지하는 게 골자였다. 법안 취지와 별개로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해소방안 부족, 과잉규제 가능성 등이 업계에서 논란이 됐다.
정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재발의는 형식적 절차로 볼 수도 있다. 22대 국회에 가장 앞서 법안이 상정된만큼, 국회와 정부의 플랫폼 규제 정책 논의에 준거가 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플랫폼 자율규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새로운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 자동폐기됐던 기존 정부입법 법안을 재발의하는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발의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