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장애학생 성장 지원' 과기계 우수 인재 확보의 새로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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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

세계인권선언문 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 장애 대학(원)생들은 취업 등 사회진출 과정에서 여전히 현실의 높은 벽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총연맹의 '2024 장애인 정책 리포트'에 따르면 장애 대학(원)생들은 취업과 관련해 정보 접근, 취업 지원, 네트워킹 기회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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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D의 2023년 이공계 장애 대학(원)생 실태조사에서 이공계 장애 대학(원)생 역량개발 필요성에 대한 응답.

실제 편의시설 미비로 인해 교내외 활동 참여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적 어려움은 결국 장애 학생들의 고용 취약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르면 2024년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민간 부문 3.1%, 공공 부문 3.8%이다. 그러나 올해 1월에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고용계획 및 실시상황 보고서에서는 민간 2.98%, 공공 2.93%로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 의무 고용률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용률 0%를 기록한 공공기관이 8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은 이공계 장애 학생들의 학업과 취업 준비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의 '2023년 이공계 장애 대학(원)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참여 장애 학생의 50.1%가 취업을 위한 역량 개발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 교육의 기회와 지원 부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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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장애 대학(원)생 실태조사에서 역량개발 준비에 대한 미충분 이유 응답 결과.

◇정부와 유관기관의 성장 지원 노력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국정 목표 아래 의료, 건강, 주거, 편의, 이동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 맞춤형 통합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제6차 장애인종합정책계획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장애 유형별 맞춤형 직무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부도 장애인 고등교육지원종합방안을 마련해 장애 학생이 차별 없이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기업에서도 장애인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카카오뱅크 후원으로 이공계 장애 대학생 대상 장학금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SK C&C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청년 장애인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육성 사업인 SIAT(Smart IT Advanced Train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최초 장애 학생 지원사업 시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RD는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2022년부터 '포용 성장 전문 연구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장애 학생 성장을 돕고 있다. 이공계 장애 대학(원)생들에게 실제 연구에 참여할 기회와 현장근무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향후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연구기관이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과 자신감을 통해 도전의 대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실제 연구자의 길을 가기 위한 대학원 진학과 연구직에 취업이 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22년 대학생으로 사업에 참여한 K대학 4학년 학생은 해당 기관 현장근무를 하면서 연구직 취업을 위해 학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2023년 대학원생으로 사업에 참여한 U대학 학생은 현장연구 실습을 통해 도출한 성과를 인정받아 국책연구기관에 취업,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참여 학생들이 연구 현장 경험을 통해 대학원 진학이나 연구직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외 장애 학생들의 채용을 위해 다양한 직무발굴을 하는 등 연구기관들도 더 많은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비장애 학생간 협업을 위한 팀프로젝트 운영도 시범적으로 계획하고 있어 장애학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된다. 이와 더불어 지원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경력현황 조사를 추가 실시해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경력경로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장애 학생들이 좀 더 수월하게 과기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고 지원대상도 꾸준히 늘린다.

◇대한민국에서도 스티븐 호킹, 파스퇴르 같은 과학자가 나오길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가파른 인구감소율을 보인다. 급격한 인구감소에 따라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현시점에서 장애 학생들은 과기계의 소중한 연구인력 자원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기여를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모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1세에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을 앓고 있었지만, 블랙홀과 우주의 기원에 관한 연구로 이론 물리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파스퇴르 또한 40대 중반 뇌출혈로 한쪽 다리가 마비됐지만, 탄저병과 광견병 등 다양한 질병의 백신을 개발해 인류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난청이 있던 토머스 에디슨도 이를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명을 남긴 과학자가 됐다.

과기계가 변화의 선두에 서서 장애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역량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할 때이다. 장애 학생을 연구인력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관점의 변화와 지속적인 성장 지원을 위해 과기계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븐 호킹과 파스퇴르, 에디슨과 같은 인물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baetmin@kird.re.kr

〈필자〉경북고,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원자력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과학기술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과기정통부, 산업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선임행정관, 국립중앙과학관장,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장을 역임하며, 2023년 8월 제6대 KIRD 원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