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이 전략산업으로서 중요한데 반도체만큼 주목받거나 세밀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경제안보 차원의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혁신 포럼에서 “디스플레이 공급망은 한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양강 구도로 단순화됐다”면서 “소수의 국가와 기업만 있는 시장은 왜곡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고 디스플레이 무기화는 반도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낮은 영업이익률에도 생산 면적을 늘려나가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데, 단순히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이 정체됐다고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며 “중국 패널기업 독점력이 올라가면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중국 패널이 들어가고 정보보안 약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공급과잉과 패널 단가 하락을 무기로 장악했던 LCD 사례를 반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BOE, 비전옥스 등 중국 업체들은 각각 월 3만2000장 규모 8.6세대 OLE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8.6세대 OLED는 처음 시도되는 기술로, 기존 6세대 원장보다 하나의 원장에서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월 1만5000장 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날 패널 토론자로 나선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는 퍼스트무버 베스트 프랙티스(우수 사례)”라며 “디스플레이가 없으면 다른 산업도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경제안보 차원 인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제안보는 경제를 각 국이 무기화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이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공급망에 중국산 비중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 연구위원은 “미국이 모든 전자기기를 동작하는 핵심부품인 반도체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1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점보다도 전략산업이라서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와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전략을 일관된 관점으로 장기적인 호흡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용택 서울대 교수는 “연구개발(R&D)이나 정부 지원이 단기간에 추진되기도 하는데, 정부부처에서도 반도체와 독립된 조직을 갖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짜서 지원했으면 한다”면서 “디스플레이 사회가 뭉쳐서 제대로된 기술과 시설을 구축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