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조선영 광운학원 이사장 “미래 세대 꽃 만개할 환경 만드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죠”

창학 90주년 맞은 광운학원, 이사장 특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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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개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림을 완성할 때 전체의 조화를 보듯 개인과 학교는 사회의 한 부분이고, 사회는 국가와 세계의 일부다. 우리는 그 일원으로서 무슨 일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조광운 박사·광운학원 설립자)

올해 창학 90주년을 맞은 광운대 학교법인 광운학원 조선영 이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조 박사가 남긴 글을 읽는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노원구 광운대학교 이사장실에서 만난 조 이사장은 “설립자가 남긴 교육 이념과 인재 양성에 관한 다양한 글과 말씀을 바탕으로 광운학원의 미래를 구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은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면서, 대학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햇수로 7년 차다. 광운학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2018년 이사장 취임 이후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은 광운학원 설립에 관한 자료를 찾는 것이었다. 도서관 창고 등에서 설립자가 남긴 기록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설립자의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어떤 인재를 키워나가려 했는지 흩어져 있던 자료를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했다. 설립자와 관련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는 사학 설립 정신,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립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인재를 양성했는지 철저하게 아는 것이 이사회의 본질이고 이사장으로서의 책무라고 봤다. 올가을에는 설립자가 직접 쓴 글을 책자로 만들고 북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설립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이론 중심의 교육보다 실용적인 학문을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도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모든 교육은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 있어도 그 중심에 인간의 품격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을 가진 인격다운 품격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광운의 교육 철학이다.

설립자는 당시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했다. 주입식 교육은 일제가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설립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인 설립자는 어떤 분이셨나.

▲제가 3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많은 기억이 남아있지는 않다. 그러나 교육 철학에 관해 남기신 글을 읽으면서 다시금 그가 남긴 교육 철학 등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 당시 설립자는 조선의 청년이 자립하고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힘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조 박사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고.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자보다 선배였다고 들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자에게 기업 경영을 함께하자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설립자는 교육 사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 두 분은 서신을 교환하셨는데, 서로의 건강을 염려했다. 집안 어른들께 들은 일화 중 하나는 두 분이 온천에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느라 나오시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을까 상상해 본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두 분이 나누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두 분의 우정이 각별해 설립자가 지금의 연구센터인 전자개설소를 세웠을 때,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고가의 제품을 학교에 7대 기증하기도 했다. 설립자의 교육에 관한 뜻을 존중하고 응원한 것이다. 두 분은 서로에게 동지 이상으로 힘이 되는 사이였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있는 재단이기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에 관한 상황은 7~8년 전부터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초·중학교 학급 감축이 시작됐다. 점차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국내 대학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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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현재 대학 학부생은 18~25세가 대다수다. 대학 학부생 연령이 젊은 층에 한정해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생각한다. 대학이 젊은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습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시기가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0년 중위연령은 54.6세다. 앞으로 이들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상상할 수 없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나이와 상관없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대학의 역할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대학이 기존의 룰대로 하면 안 된다. 대학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대학의 형태는 바뀔 수밖에 없다.

-현재 입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의 수능으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본다. 수능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유의미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취업 지원도 수많은 기회가 있는데, 대학 입학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종의 꽃이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핀다. 꽃이 어떻게 만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학생이 가진 개성과 특성을 살리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와 사회의 역할이다.

-푸른나무재단과 '학교폭력제로' 문화를 만들고 있는데.

▲그동안 사학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대학이 지역 사회와 국가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푸른나무재단과 함께 학교폭력제로를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학교가 반드시 맡아야 하는 책임이라고 봤다. 푸른나무재단과 초·중·고등학교에 관련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육기관이 현재 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 문제를 능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고 싶다. 광운의 설립 이념인 인간다운 품격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교폭력제로 문화가 광운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국가에도 널리 퍼져 안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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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장은 “ 대학 내부의 칸막이를 없애고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내 변화의 모습이 보이나.

▲올 초 광운중학교 학생들이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 기금을 푸른나무재단에 기부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아직 학교 내 변화가 있다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작은 움직임이 모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 세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자신만의 역량과 경험을 만들어 나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성세대의 경험이나 조언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가 지나온 시대와 지금 청년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다르기 때문이다. 윗세대의 조언은 좋은 참고로 삼되, 자신만의 것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자기 경험과 역량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미래 세대들이 자신만의 비전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학교, 사회, 어른들의 몫이다.

-창학 9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각오는.

▲학교 법인장, 법인 산하의 수많은 교직원, 동문 등이 없었다면 광운은 90주년을 맞지 못했을 것이다. 90주년을 맞은 기쁨보다는 앞으로 더 좋은 교육을 통해 광운이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앞선다. 광운이라는 교육 기관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만의 발전을 위해 달려간다면 의미는 없다. 광운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다가올 100주년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드리고 싶다. 학교 안에서 설립자의 교육 이념을 살려 많은 분과 진정한 대화를 통해 한 마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래 100년 광운의 모습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

▲대학의 모습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많이 변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식은 대학 이외에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많다. 학과 간 벽뿐 아니라, 대학 안의 공간적 요소도 변해야 한다. 대학 내부의 칸막이를 없애고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조선영 광운학원 이사장

광운학원 설립자 화도 조광운 박사의 손녀다. 2001년 6월 미국 카네기멜론대를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경제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조직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세대 대학원 경영연구소, KPMG 컨설팅 등에서 근무했다. 2018년 5월 제13대 광운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화도기념사업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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