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디지털 자산 밑거름, STO 플레이어 육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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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글로벌 금융 산업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토큰증권발행(STO)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STO 가이드를 마련해 STO를 가장 먼저 제도화했다. '증권법 예외조항'을 활용해 암호화폐 시장과 기존 화폐시장의 장점을 결합, 대부분의 STO가 저렴하고 간단하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경우 2021년에 화폐금융법을 단행해 STO 사업을 전반적으로 허용했고, 싱가포르 역시 2017년 디지털 토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투자설명서 면제 예외 조항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도화 안착에 힘썼다.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일본도 토큰증권에 주력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적인 금융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2019년 '일본 STO협회'를 설립하고, 2020년 일본 금융청은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으로 증권형 토큰 발행에 주식과 동등하게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하며 STO를 허용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 산업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STO는 성장이 둔화된 한국 경제에 새로운 투자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축적자산이 적은 국민도 손쉽게 투자를 시도해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미래 금융 먹거리로 꼽힌다. 또 비정형적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 형성되면서 현재 거래소 상장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시장 시스템의 한계 극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STO 산업은 잠시 규제 공백기를 맞았다.

지난해 7월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해 발의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해당 개정안은 비정형적 증권의 유통 근거 및 토큰증권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개정안이 새 국회로 넘어갈 경우 입법 가능성마저 불투명해 신시장 진출을 준비해 온 업계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기회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여러 증권사와 조각투자 업체들이 법제화가 완료되면 즉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차별적 전략과 얼라이언스를 통한 다양한 사업 계획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 구축과 제도화의 엇박자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실정이다.

“진보는 백지 위에 처음 밑그림을 그리는 순간과 그렸던 밑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그리는 순간 사이에 존재한다.”

픽사와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에드 캣멀이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이다. 이 말은 이전 밑그림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완성될 수 있을지 없을지 기로에 놓여있는 한국 STO산업이 되새겨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산업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업체들의 시장 진입 조차도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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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큰증권발행(STO) 사업 현황

토큰증권 법제화 동력이 감소한 현 상황에서 다시 탄력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나, 시범 사업을 통해 성장해 온 토큰증권 플레이어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업체들의 특례 적용 기간 연장을 통해 시장을 침체 없이,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사례로는 △비브릭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 △에이판다 △뮤직카우 등이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특례 적용 기간 내에는 발행 및 유통이 동시에 가능하고, 공모시 필요한 증권신고서도 간소화된다.

국내 최초로 출시된 STO 플랫폼 '비브릭'은 중기부 규제자유특구사업을 통해 시장에 나왔다. 비브릭은 기초자산 개발 및 등록부터 유통 시스템 연계 환경 구축을 위해 한국토지신탁, 한국기업평가 등 다양한 기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부산은행 외 시중은행 1곳을 추가해 고객계좌 연동 예정이다.

또 기존 금융권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해 수익증권을 발행한 반면, 비브릭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고 플랫폼 내 디지털증서의 매핑으로 병행 운영해 증권형 토큰(STO)을 실증하고, 투명한 거래 및 유통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연내 비브릭 빌딩 2호 청약 공모 개시도 앞두고 있다.

비브릭을 포함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업체들의 특례 적용 기간이 연장되면 정해진 금융질서 속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들은 유익한 서비스들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기간은 최대 4년이지만 '금융혁신지원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가 규제개선을 요청하고 수용되면 최대 1년6개월까지 특례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중기부의 경우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개선해 최대 6년까지 확대 가능하다.

지정 사업자들의 특례 기간 연장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이들마저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면 결국 서비스 발굴을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만들어 온 혁신금융이 퇴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시장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실증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시장 성장은 물론, 제도화와 시장 개화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크게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엔 새로운 기술과 상품이 도입되었을 때라는 경험을 미루어 봐도 현재 STO 시장 플레이어들이 성장하고, 사업을 고도화시키며 경쟁력을 키우는 길을 계속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STO 플랫폼 'IX스왑'을 이끄는 아론 옹 CEO는 규제를 이행하고 디파이(탈중앙금융)가 실사조건을 잘 수행하기만 하면 토큰증권 발행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뿐더러 주요 은행들의 앞선 경험 덕분에 STO 협회를 통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제도의 뒷받침 및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업체들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규제 샌드박스 업체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는 퀄리티 있는 서비스 연구개발(R&D)에 있어 기본적인 여건이고, 이를 통해 업계 간 간극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인가 확대를 검토하길 바라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업체들의 사업 모델들을 통해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이 무리 없이 운영된다는 것이 검증되면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입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STO 플레이어들이 프로모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투자자, 잠재 고객들이 다양한 STO 서비스를 체험하고, 활용하게 함으로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중에게 서비스가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시장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STO 시장을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기회를 펼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규제도 함께 속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내 STO의 더딘 발걸음이 퇴보가 아닌,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매개체들이 더욱 많아지도록 방향성을 잡아주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sejongtelecom@sejongtelecom.net

<필자〉세종그룹을 설립한 대한민국 기업인이다. 1990년 그룹 모태인 홍승기업을 설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아증권(현 NH증권)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한데 이어 2007년에는 EPN, 2011년 온세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세종텔레콤으로 합병했다. 통신업 18년 전문가로서 2019년부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전국 광케이블 자가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다. 통신사업과 함께 전기공사, 블록체인, 알뜰폰, 5G특화망 등 커넥티드 사업 전개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혁신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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