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위기라는 우려 속에서도 석유화학업계가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며 돌파구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의 연구개발(R&D)비용이 증가했다.
LG화학은 1분기 R&D 비용으로 271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400억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롯데케미칼은 약 50억원 늘어난 347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금호석화는 1억원 늘어난 128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한화솔루션은 전년 동기보다 100억원 가량 줄은 535억원이었지만 매출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은 3.06%에서 3.40%로 늘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업황 부진과 중국의 저가 수주공세로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지만 R&D 비용을 늘린 것이다. LG화학은 1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롯데케미칼도 13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189억원의 적자를, 금호석화는 40.5% 줄어든 7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R&D 비용을 늘린 것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의 저가 수주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친환경 제품을 앞세운 스페셜티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가지로 재편하며 고부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케이블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금호석화는 타이어 소재 SSBR(합성고무)의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재활용 소재를 투입한 친환경 제품 생산도 준비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스페셜티 제품 개발,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