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개발도상국의 교사와 선진국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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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문대학원장

196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후진국'이었다. 즉 쌍팔년도(단기 4288년, 서기 1955년) 근처에 태어난 소위 베이비 붐 세대들은 외국의 원조와 구호물자로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너무나 가난해서 국가적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서 어떻게 해서든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던 시기였다. 1970년대에 개발도상국에 들어선 것이 확실했는데, 미국의 Rostow교수는 한국 경제는 도약(take-off)단계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은 이후에 우리는 이 말을 훈장처럼 인용하고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사회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개발도상국이었던 70년대와 80년대의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력 양성”이 주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학교에서 교육받은 똑똑한 노동 인력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국가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이때는 학교 교육 현장에서 성적이 뒤처져서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낙오된 학생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때는 그와 같은 현상이 국가의 신속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생각 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체육계에서도 있었다. 즉 국위 선양을 목적으로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기 위해서 학교 공부를 전폐하고 오로지 운동만 시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그 가 많은 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로 선발되거나, 실업팀 혹은 프로팀으로 갈 수 있는 극히 일부분의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막노동 이외에는 할 수 없는 상태로 사회에서 낙오되는 현상이 일반적이었다. 이것 역시도 국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경제사정이 나았던 선진국의 선수들이 대한민국 보다 훨씬 못미치는 성적을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 일정 수준의 수업과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각종 대회에 출전을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에서는 운동을 못하더라도 사회에 나와서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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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민국은 후진국도 개발도상국도 아닌 여러 가지 지표에서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이며, 현재의 학생들은 '선진국'의 학생들이다. 200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No Child Left Behind, NCLB' (아동낙오방지법)이라는 법안을 시행하였다. 즉 학교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국가는 '모든' 학생이 의무교육을 거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갖춰서 졸업시켜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교장이 해고됨은 물론 학교가 패쇄되는 정도까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즉 이제 우리나라도 뒤처지는 학생이나 운동선수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학교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키고 끝까지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생각으로 양성된 교사들이 하루 빨리 발상의 전환을 하여, 우리 앞에 놓인 선진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을 획일적인 학교성적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개인의 적성과 흥미를 파악하여,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책무성(Accountability)을 갖고 학교 교육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김경성 원장=서울교대 총장,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장,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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