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뿐 아니라 애플·삼성 신제품도 전면배치 못하나
# 이달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PB(자사브랜드)상품 우대 의혹 심의를 위한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규제 적합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편익이 높고 물가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PB상품은 활성화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공정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면서 민간기업 고유 영역인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상품 진열 및 PB상품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유통업계 의견과 해외 사례 등을 비교·분석한다.
쿠팡 PB상품 우대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애플·삼성 등 브랜드 제품을 포함한 상품 진열 규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이 최근 “(쿠팡 PB상품 우대 의혹) 사건의 본질은 PB상품이 아니라, 공정위가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는 제품 진열 방식을 세계 최초로 문제삼은 것”이라고 반박에 나서면서다.
공정위 조사는 쿠팡 PB상품을 넘어 신형 아이폰이나 갤럭시와 같은 인기 상품 판매와 빠른 로켓배송 등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쿠팡은 공정위가 신제품과 인기 최저가 상품의 상단 배치에 대해서도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소비자가 몰리는 애플과 삼성 신제품의 온라인 쇼핑몰 상단 진열이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쿠팡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것도 공정위가 문제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스마트폰, 화장품, 계절성 상품, 최저가 수준의 빠른 배송 상품도 알고리즘 조작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조사 수준이 PB상품을 넘어 일반적인 상품 진열 순서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알고리즘 조작 제재 추진 배경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입증 가능한 일률적인 잣대로만 상품을 진열하길 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유통업계의 통상적인 마케팅 행태를 공정위가 감시·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아이폰·애플워치·맥북이나 삼성 갤럭시 등은 출시 직후 통상 온·오프라인 검색창이나 매장 전면에 배치된다. 신제품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15는 아이폰14와 비교해 첫 4주 판매량이 130%나 높을 정도로 '판매 대란'이 벌어졌다. 유통업체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최대한 더 많은 상품을 매입하거나 입점시켜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특수 시즌'을 공략한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런 행태는 부당 우대가 될 수 있다.
유통업계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온라인 유통업체가 신상품의 상단 진열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아이폰'으로 검색해도 누적 판매량 등이 많은 '에어팟'이나 '케이스' 같은 상품이 먼저 보여질 수도 있다”며 “최근 개인별 성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 추천'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도가 크다”라고 말했다.
미국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체인도 온라인 사이트에서 애플이나 삼성의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검색창 상단에 진열한다. 애플과 월마트는 지난 3월 'M1 맥북 에어' 노트북을 699달러에 판매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에 따라 월마트 검색창에 '맥북 에어' '애플 맥북'이란 키워드만 쳐도 1000가지가 넘는 맥북 상품 가운데 'M1 맥북 에어'가 최상단에 뜬다. 신상품의 상단 진열이 문제라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월마트의 애플 제품 최상단 진열을 규제할 수 있지만 아직 논의가 된 적은 없다.
또 유통가 연중 최대 이벤트인 '코리아세일페스타' '블랙프라이데이' 등과 수박·핫팩 등 계절을 타는 단기간 프로모션 상품들의 진열 방식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소비자를 부당하게 유인한 행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법 위반 여부 등은 향후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