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김진상 경희대 총장 “의대 쏠림 국가적 위상 우려…국가 차원 지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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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경희대 총장이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진상 경희대 총장이 이공계열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국가적 시각으로 보면 한국의 위상까지 걱정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학은 교육으로, 정부는 정책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캠퍼스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총장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김 총장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는 의대와 수준이 비슷했다”며 “당시 이공계 졸업생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 역시 대한전자공학회 소속으로 대한전자공학회 반도체소사이어티 회장 등을 역임한 전자공학자이다.

김 총장은 “의대 증원으로 상위 세 개 대학의 이공계열 정원이 의대로 다 빠져나가면 지금의 공대 수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3·4학년 학부생만 돼도 대학원생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공학자가 국가 경제 발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만 사례를 소개했다. 대만 학생들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TSMC를 10년 다니다 나와서 창업해, 약 100~200억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만들고 있다.

김 총장은 “대만 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는 전자공학, 다음이 의대다. 이런 현상은 대만 정부가 2~30년 이공계 정책을 꾸준히 실행해 온 결과”라며 “공학계열에서 높은 수준의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 수준의 인프라가 필요하고, 정부의 시설투자가 정책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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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희대는 내년도 무전공 선발 인원을 서울캠퍼스에서 165명, 국제캠퍼스에서 241명 총 406명으로 확정했다. 비율은 전체 정원의 10% 정도다. 무전공 확대로 인한 학과 쏠림 우려에 대해서는 전공탐색 과정을 논의하기 위한 TF를 꾸려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총장은 “무전공을 하게 되면 역시 인문계열은 경영학과, 이공계열은 전자공학과 컴퓨터 공학으로 몰리는 현상은 경희대에서도 나타난다”며 “전공 탐색 과정을 충실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총장은 무전공 확대로 인한 비인기 학과 폐지에는 보호가 필요다고 말했다.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현대 사회에서 모든 학문은 인문학적 사고가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인문 사회 계열은 최소한 60~70% 정도는 정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시대에 맞게 대학도 기존 학과에 대한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보호해야 할 학문은 묶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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