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뇌에 칩을 이식했다는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칩을 이식한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온라인 체스 게임을 하고, 거동이 어려웠던 환자가 움직이는 시대가 열리는 등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다.
뇌에 이식한 컴퓨터 칩으로 말·행동을 제어하는 기술이 BCI다. 1973년 자크 비달 미국 UCLA 교수에 의해 BCI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두뇌 정보처리 결과인 의사결정을 언어나 신체 동작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가 생각하고 결정한 특정 뇌파를 시스템 센서로 전달해 컴퓨터가 명령을 실행하는 것이다.
◇미지의 영역으로 범위 확장하는 BCI
인간 두뇌는 수천억 개 뉴런이 각각 수만 개 시냅스로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로 최대 100조개 연결로 이뤄졌다고 알려져 있다.
BCI는 크게 뇌에 장치를 설치하는 '침습식 뇌파 측정 방식'과 두피에서 신호를 측정하는 '뇌전도 기반 방식'이 있다. 뇌전도 기반 방식이 대체로 안전하고 비용이 저렴해 선호된다. 몸을 움직이면 특정 뉴런들에서 신호 감쇄가 일어났다가 증가하는 변동성을 보인다. 생각만 하더라도 뇌파 변동이 일어나 이를 이용해 뇌파를 측정하고 해석한다.
초기 BCI 연구는 환자 뇌 신호 해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머신 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 발전과 함께 데이터 처리와 패턴 인식 분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BCI 기술이 일상화되면 사고나 선천적 이유로 사지를 움직일 수 없거나 시각·청각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생활이 가능해지고, 하반신 마비 환자 뇌에 칩을 심어 손상된 척추와 연결해 걷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된다. 또 뇌파로 차량을 제어하는 자율주행, 뇌 특성을 이용한 심리·범죄 수사에 활용 가능하다. 수면장애, 스트레스 분석 등 현대인 삶의 질 개선에도 적용할 수 있다.
◇BCI 시대 정착을 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필요
인간과 칩, 기기와 상호 작용으로 혁신적 서비스가 제공돼 자율주행, 로봇, 교육, 의료 등 차세대 산업분야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기술 융합, 법제도, 호환성 측면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글로벌 기업이 BCI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국내 기업의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임상 실험 등 연구에 제약이 따른다. BCI 산업이 활성화되도록 정부의 적극 지원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기업은 시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BCI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생활에 적용되면 장애·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다만, 혁신 기술 도입에 따른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기술 오남용으로 인간 존엄성에 배치되는 윤리 문제, 개인정보 유출·해킹 등 보안 문제, 신체적 손상·부작용 위험 대비도 필요하다.
미국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쓴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인간의 모든 기억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이 2030년대에 실현될 것으로 예측한다. AI 시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BCI 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미래가 되길 고대해 본다.
글 : 도승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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