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 시대에서는 더이상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급자 중심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은 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서비스를 강요해도 절대로 받아주지 않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지불결제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2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18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에서 지불결제 시장 플레이어들이 공급자 중심 인식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디지털 전략을 버리고, 근본적인 체질의 변화 및 사업모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 전무는 영국·네덜란드·미국·스웨덴 사례를 들어 글로벌 지불결제 기업들은 기존 금융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글로벌 금융그룹은 자사 핀테크 투자 부서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형 온라인 가맹점에 대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신설하고, 이를 활용해 할부서비스나 대출서비스를 간편하게 제공한다. 네덜란드 ING그룹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용평가 기준을 새롭게 구축하고 이에 걸맞는 맞춤형 대출 상품을 제공한다.
미국 글로벌은행은 '화이트 레이블(White-label)'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화이트 레이블은 해외 우수상품을 발굴해 국내 운용사 브랜드를 이용해 상품화하는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항공사와 협업해 항공사 제휴카드, 금융통합계정 및 여행관리 기능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오픈 API를 통해서 추가 수입을 창출하고, 항공사 모바일 앱을 통한 데이터를 확보해 사업 기회를 연결하고 있다.
스웨덴 금융업권에서는 고객정보확인(KYC) 솔루션을 화이트 레이블링해 온라인 게임사 등에 지공하고 있다. 신규고객이 가맹점에 회원 가입 시 고객등록을 위해 수기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 전무는 “금융사의 경우 신뢰성에 있어서 IT 업체 대비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도입 과정에서 여러가지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정책 도입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고려된다면 KYC 시장에서 금융사도 많은 진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는 기존 보유한 글로벌 결제망 자산을 수많은 디지털 생태계와 연결하는 기술에 대해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언번들링(Unbundling)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해냈는데, 카드 '결제취소' 기능과 스타트업 기술 협업을 통해 카드사가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혁신을 이뤄냈다.
유 전무는 “과거에는 카드사가 전자지불결제 시장 만들어내고 신용카드·체크카드 금융 서비스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했다”며 “이제는 디지털 생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장 니즈를 파악한 뒤, 이 곳에 임베딩할 수 있는 경쟁우위 자산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