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선수에게 1위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케냐 선수가 “우리는 중국 선수의 우승을 위해 고용됐다”며 사실상 승부조작을 실토했다.
논란은 지난 14일 중국에서 열린 '2024 베이징 국제 하프 마라톤대회'에서 시작됐다.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중국 허제 선수와 아프리카 선수 3명(케냐 로버트 키터, 케냐 윌리 응낭가트,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이 나란히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아프리카 선수들이 갑자기 허제 선수에게 손짓하며 1등을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승부조작 논란이 일었다.
결국 대회는 허제 선수가 1시간3분44초 기록으로 우승하며 끝났다. 아프리카 선수 3명은 단 1초 늦게 들어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에 응낭가트 선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고 조작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응낭가트 선수는 결국 16일(현지시간) BBC 스포츠 아프리카와 인터뷰에서 “우리 3명은 페이스 메이커 역할로 고용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국 하프 마라톤 신기록을 경신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고용됐지만, 목표 기록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응낭가트 선수는 또한 “나는 승부를 겨루기 위해 베이징에 간 것이 아니다”라며 “왜 그들(대회 주최 측)이 내 몸에 '페이스메이커'라는 표시 대신 이름과 숫자를 붙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허제 선수는 중국의 인기 스포츠스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한 네티즌은 “허제의 경력 가운데 가장 당혹스러운 타이틀”이라며 당혹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허제 선수와 다른 아프리카 선수 2명은 이번 사건에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