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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리익스프레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알리익스프레스·테무 신규 설치 건수 추이알리익스프레스·테무 MAU 추이

#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시장 침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초저가 마케팅은 물론 무료 배송·반품 등의 정책을 앞세워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C커머스 공세에 국내 유통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중심 시장 재편과 내수 침체 및 수요 감소로 고전하는 유통업계에 C커머스까지 가세하면서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C커머스의 전략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남은 과제 등을 긴급점검한다. 〈편집자주〉

국내 유통 시장에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돌풍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방대한 상품군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C커머스) 업체에 열광한다. 대형 식품 제조사부터 중소 셀러, 택배 기사까지 C커머스 열풍에 숟가락을 얹기 위한 줄도 길게 늘어지고 있다.

한 때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겨졌던 C커머스는 불과 1년 만에 국내 유통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 사용자 수, 사용 시간 등 모든 지표에서 여전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내수 침체 등 업황 악화, 신사업 부진으로 추락하고 있는 국내 유통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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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테무 MAU 추이

12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지난달 월간 모바일 활성 사용자 수(MAU)는 각각 694만명, 636만명으로 집계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년 새 MAU가 두 배 늘었다. 지난해 8월 한국 사업을 개시한 테무는 7개월 만에 스무 배가 증가했다. 쿠팡, 11번가에 이어 각각 3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폭발적인 성장세는 정점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테무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설치 건수는 293만건으로 전체 앱을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 또한 신규 설치 건 수 116만건을 기록하며 2위를 지켰다. 3위 당근(60만건), 4위 쿠팡(52만건) 합산보다 많은 수치다.

사용 시간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테무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69.67분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C커머스에 대한 단순 호기심을 넘어 실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용자가 몰리자 국내 셀러들도 앞다퉈 C커머스에 입점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대행하는 e커머스 솔루션 기업 '브리치'에 따르면 지난달 입점 대행 서비스를 문의한 셀러 수는 1만개가 넘는다. 대행 서비스 없이 플랫폼에 직접 입점한 셀러 수를 합치면 3만개 이상의 업체가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타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반 년 만에 모두 C커머스와 손을 잡았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해 10월 신설한 국내 브랜드 전문관 'K-베뉴'에는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생필품 브랜드를 필두로 CJ제일제당, 동원F&B,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브랜드 대다수가 일찌감치 입점을 마쳤다.

농협라이블리 등 신선식품 브랜드도 다수 입점해 달걀부터 육류·수산물까지 모두 판매한다. 삼성전자·LG전자 TV 등 대형 가전도 구매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K-베뉴 입점·판매수수료 면제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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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강원 2024 라이선스 굿즈 온라인 스토어 그랜드 오프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한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C커머스의 유통 공정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C커머스는 초저가 마케팅, 방대한 상품군으로 해외직구 장벽을 넘었고 국내 셀러 영입을 통해 상품 경쟁력도 한층 제고했다. 예능·드라마 간접광고(PPL),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을 중심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인식도 개선 중이다.

국내 거점도 마련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오는 6월 삼성역 부근에 사무실을 확장 이전한다. 업계 최고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e커머스 인재들을 모으고 있다. 테무 또한 '웨일코코리아'라는 국내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C커머스의 다음 공정을 '배송'으로 보고 있다. 빠른 배송에 익숙한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물류 거점을 세우고 직접 매입·관리·배송하는 물량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투자 계획안을 통해 연내 18만㎡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낸 바 있다. CJ대한통운, 한진 등 국내 물류사와 협업도 더욱 공고히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례 없는 물량 공세에 빠른 속도로 제압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C커머스가 물류 거점을 설립하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면 국내 유통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