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세계 최고를 위한 혁신·도전형 국가와 바람직한 기술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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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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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은 2021년 기준 약 5.21%로 1위 이스라엘 (6.02%)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며 OECD 회원국 평균 (2.73%)에 대비 거의 두배 수준을 달성했다. '2022년 ICT R&D통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투자비중은 2022년 기준 전 산업 분야 기업의 R&D개발비에서 59.1%으로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혁신정책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연구개발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서 R&D는 전반적으로 투입 대비 성과부족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공감대를 갖고 있었으며, 기술적 성과보다는 경제적 성과 부족을 보다 강조하며, 국가 R&D 거버넌스 전략 체계 개선에 대한 시급성을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R&D 패러독스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형 R&D 패러독스는 경직된 시스템으로 구조적인 문제로 생산성과 연결이 되지 못하며 경제적 성과 또는 우수한 지식성과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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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R&D 정책의 주요문제점

필자는 지난 20여년간 다양한 국가 융복합형 R&D 프로젝트 등에 기획·평가업무를 포함해 직접 현장에서 R&D 과제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관련 분야 학회에서 학회장직을 수행하며 다양한 정부 산하 과학기술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등과 함께 혁신생태계 구성원으로 활동해 나가며 해외 연구기관들 및 국제기구 등과도 협업 경험도 갖게 되었다. 최근 33년 만에 R&D예산 삭감을 두고 연구자들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필자는 다소 늦게 출범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과학기술 수석 신설과 함께 연구개발혁신, 첨단바이오, AI 디지털, 미래 전략기술 등 4개 비서관 등이 신설돼 남은 국정운영 기간동안 국가 R&D 혁신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관련부처 들과 함께 바람직한 혁신정책을 추진할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성장률이 빨라지며, 혁신의 수명 또한 짧아지는 현상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들도 저성장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극초저가 공세로 국내시장을 넓혀가며 커머스 침공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전기차 산업의 경우 판매대수로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가전업체인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은 둔화되며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에서 발표한 'ASPI 핵심기술 추적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한 44개 핵심기술 중 64개 핵심 미래기술을 포함한 중국은 37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국가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으로 퍼스트 무버의 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국가 차원의 기술경영 전략과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구조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를 위한 혁신·도전형 국가와 바람직한 기술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 글로벌 기술혁신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음과 같이 4가지를 국가혁신시스템에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범부처 차원의 기술경영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는 2월 1일 거대과학 필수기반 분야 전략 로드맵을 국가전략 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하였으며 이를 본격적으로 육성하는데 있어 필요한 접근 방법이라고 본다. 기술경영은 기술과 관련된 경영과 경제적인 문제를 다루는 융합학문으로 조지프 알로이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를 시작으로 1980년대 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기술혁신을 어떻게 효과적·효율적으로 발굴, 선택, 획득, 개발, 보호까지 글로벌 기술경쟁이 심화되는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기술경영의 발굴과 선택과정은 우수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며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전환해 나가며 국가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혁신의 가치사슬 (Value Chain)의 구성과 관리는 업스트림도 중요하지만, 다운스트림도 또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범 부처 차원의 민관 협력체계가 혁신생태계를 관리하는 연구혁신(R&I: Research & Innovation)기반의 국가기술경영시스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국가 경쟁력있는 제품중심의 융복합형 서비스 R&D가 필요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제품 R&D 중심으로 핵심요소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혁신'과 또한 '공정혁신'을 주도하며 성장해 왔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나.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서비스혁신을 통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지능형 IoT(AIoT) 트랙 주임교수로 AI경제시대에 부합하는 자율형 로봇과 자동차 스마트 홈 등 AIoT 제품을 대상으로 서비스화와 함께 AI·데이터를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개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융복합적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R&D는 가전은 물론 다양한 사물 등이 AI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고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기존의 가치사슬이 다른 형태로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AI를 탑재한 IT서비스가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며 우리에게는 게임체인저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은 스케일업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셋째로 선제적인 국가차원의 R&D 브랜딩화가 필요하다. 지난 2월 중순 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초청으로 제1회 글로벌 스마트시티 포럼의 2일차 기조토론자로 한국의 스마트시티정책과 다양한 국내 사례를 소개하였다. 지방주택부 장관을 포함하여 각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와 사우디 데이터 AI청장, 리야드 시장을 비롯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들은 한국의 기술경쟁력보다는 어떻게 스마트시티가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 되었는지에 궁금해 한다. 현장에서 스마트시티를 연구해 온 필자로 써는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 뿐만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데 있어 국가차원의 기술정책이 어떻게 추진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궁금해 하며, 이를 통해 어떠한 R&D 산업정책을 추진했는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한국은 ICT 기반으로 뛰어난 통합과 플랫폼 연계기술을 가지면 중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국가차원의 강한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실증경험을 갖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하여, 타이완, 싱가포르, 일본 스마트시티의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잃어가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들은 기술 경쟁력 보다는 경험을 세일즈 하면서 선제적으로 브랜딩화 하며 시장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국내에서는 예산의 규모나 국가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자간 국가 협력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선제적 R&D 브랜딩을 통한 국가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협력체계를 이끌어 내는 '록인(Lock In)'효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립해 나갈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융복합적 인재양성과 교육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빅데이터 시대에서 요구되는 인재양성과 교육에서 개발자를 양성하며 현실적으로 채용시장에서도 우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전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의 기사를 보면서 스토리텔링 기반의 서비스 기획역량의 중요성을 공감하게 되었는데, 아이디어나 기술을 어떻게 시장성 있는 혁신제품과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는 소프트 스킬도 개발하는 여정에서는 처음과 끝에서 꼭 필요한 역량이라 생각된다. 필자는 과거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국가과제에 참여하면서 전체 그림을 보면서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레고블럭에 비유한다면, AI 개발자들은 레고블럭 하나에 집중하며 개발하지만, 이게 합쳐져서 무엇이 만들어지며 어느 목표시장에 두고 가는지를 융합하는 창의적 사고와 리더쉽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AI경제시대의 융합인재는 미래세대를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양손잡이 인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수 있는 필수 자원이 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학기술 분야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며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 총선이 끝나고 다시 남은 국정운영을 수행하는데 있어 과학기술 분야 만큼은 한목소리로 나아가며 세계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속도전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길 소망한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jhoonlee@yonsei.ac.kr

〈필자〉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이자 DT기술경영 센터장이다. 현재 서울시 명예시장과 한국 IT서비스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기술경영경제학회장을 역임했다. 국가 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소속 데이터 개방·활용 전문위원회 위원장, 국가데이터 정책위원회 생산·공유 분과위원회에서 실무위원 등 국내외 디지털전환 정책 및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23년부터 UN HABITAT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스미트도시 구현을 위한 국제가이드라인'의 전문가 그룹에 한국 대표로 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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