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대표팀 유니폼 가운데 등번호 '44'번이 나치 군사조직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아디다스가 해당 번호 유니폼 판매를 중단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아디다스의 올리버 브뤼겐 대변인은 “우리는 등번호를 44번으로하는 유니폼 맞춤 제작 주문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유니폼을 판매하면서 각자 선택한 이름과 등번호를 새겨주는 맞춤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히틀러' 등 나치와 관련된 이름은 차단해 왔는데, 여기에 등번호 '44'번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14일 독일 축구팀의 새 유니폼을 공개한 이후 받은 지적에 따른 조치다. 아디다스는 원정용 유니폼에 전통적인 색깔이 아닌 분홍색을 도입해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으며, 번개모양 같은 폰트로 44번이 나치 군사조직인 친위대(SS·Schutzstaffel)의 문양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치 친위대의 문양, 도플테 시그룬(doppelte Siegrune; 더블 에스 모양)은 부대의 이름인 알파벳 'SS'은 각지게 그려낸 듯한 모양이다. 1929년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강제 수용소 내 경찰 부대, 전투 부대 등이 이 친위대에 포함됐다. 이후 하켄크로이츠(십자가 갈고리)와 함께 나치(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의 대표적 상징으로 여겨져 독일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독일 축구 협회(DFB)와 아디다스는 이 폰트로는 '44'번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주문한 유니폼은 배송이 중단될 예정이다.
DFB는 “관련 당사자 중 누구도 제작 과정에서 나치 상징성에 근접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파트너인 11개 팀 스포츠와 함께 4번의 대체 디자인을 개발해 유럽축구연맹(UEFA)과 조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디다스 대변인은 “약 100개국 출신의 사람들이 아디다스에서 근무하고 있고, 반유대주의, 폭력 등 모든 형태의 증오에 맞서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의 의도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