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개발은행(MDB)이 동유럽·독립국가연합(CIS)을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프로젝트에 대대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사업개발부터 설계·조달·시공·운영(EPCM)에 걸쳐 밸류체인을 구축한 한국 기업들에 해외수주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럽·중앙아시아 지역 에너지 안보와 경제개발 역량을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에 착수, 20억달규모 자금 지원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유럽·중앙아시아 재생에너지 스케일업'(ECARES) 프로그램의 1단계 사업이다. 연간 6억5000만대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15GW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탄소배출량을 2억4000만톤 감축할 계획이다.
WB 이사회가 승인한 ECARES 이니셔티브 첫 프로젝트 수혜국은 튀르키예다. 분산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6억5700만달러 규모 자금을 지원해 2035년까지 60GW 태양광·풍력 발전 인프라를 구축한다. 산업용·가정용 분산에너지 시장을 확대하고 분산배터리 전기저장장치(ESS)를 시범 운영한다.튀르키예는 국제사회에 '2053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지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렸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관련 산업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튀르키예를 대상으로 '저탄소경로'(LCP)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 등 EU 탄소국경조정제(CBAM) 적용 4개 부문이 대상인 만큼, EU를 상대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53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4개부문에서 연간 1억3500억톤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예산이 700억달러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EBRD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에는 세르비아를 대상으로 94㎿급 풍력발전 인프라 구축 지원을 위해 9140만유로규모 금융패키지를 승인했다. 4만가구 이상이 에너지 공급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홍승관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최근 국내 EPCM 업체들이 태양광·풍력 등 풍부한 친환경 에너지원을 보유한 미국·베트남 등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CBAM, RE100 등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해 MDB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업개발 역량까지 갖춘 우리 기업들의 동유럽·CIS 재생에너지 수주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