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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서울평가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기술 발전의 속도가 날로 더해진다. 첨단 통신기술, 인공지능(AI) 발전은 그 자체의 발전도 가속시킨다. 그 결과가 기술패권 경쟁이다. 기술 경쟁에 뒤떨어지면 나라가 흔들린다. 그래서 관련 연구개발(R&D) 수행이 중요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이런 중요한 일을 관장하는 최일선 기관이다. IITP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면밀하게 R&D를 관장하느냐는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 직결된다.

이런 IITP에 새로 취임한 홍진배 원장은 현 상황에 적잖은 이해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는 '디지털 기술 발전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바라는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 비즈니스 현장에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D가 R&D로 그친다면, 마치 발전소 전기가 끊어지듯이 현장이 멈추고 나라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있는 자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밝힌 홍진배 IITP 원장을 만나 급변하는 디지털기술 현황을 진단하고, 발전소가 잘 돌아가게 할 복안을 들어봤다.

대담=최지호 전국본부장

-이미 공직 생활로 IITP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텐데, 직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전부터 IITP는 소속과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부가 결과물을 2차 가공해 대외적으로 어필하고 정책으로 관철시킨다면, IITP는 그 근간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깊이와 전문성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이후 제대로 된 정책이 도출되고, 그 혜택이 온 산업과 경제, 국민에게로 이어진다.

물론 그동안 역할을 잘 해왔음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었는데,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그래서 나와 IITP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취임 직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 다녀왔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듯 하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을 읽을 수 있었다.

먼저 통신 쪽에서 느낀 것은 오픈랜 시장 본격화를 들 수 있다. 오픈랜은 2~3년 전만 해도 '본격화에 시간이 걸리겠지' 생각했는데, MWC 현장에서 보니 이미 시장에 나와 있었다.

기존 폐쇄형 구조로 5G 장비시장 우위를 이어가려는 화웨이와 경쟁해, 삼성을 비롯한 에릭슨, 노키아 등 기업이 오픈랜을 무기로 전체 통신장비 시장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오픈랜이 미국과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향후 신규 5G와 6G 시장은 오픈랜 기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그리고 5G의 경우, 롱텀에볼루션(LTE)과의 분명한 차별점이 나와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듯하다. 여러 가지 논의가 쏟아져 나왔다.

5G 특화망(이음 5G), 5G 레드캡(Reduced Capability) 기반으로 새로운 트래픽, 수익창출 논의가 이어졌다. 5G가 다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AI의 대두도 눈에 들었다. 통신 분야에서 주요 단말 기업들이 AI 기술을 적용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고, 장비 제조사도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 기술을 제시했다.

AI 기반의 에너지 절감기술, 데이터센터 냉각기술, 자원순환 등 친환경 기술도 경쟁적으로 제시돼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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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MWC에서 본 것, 지금까지 정보를 종합했을 때 우리의 과제를 진단해달라.

▲먼저 통신을 보면 앞으로 본격화될 6G의 기반으로 오픈랜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어 관련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6G는 미국이 2028년 LA올림픽에 맞춰 선보이고자 속도를 가할 전망이다. 관련 표준화가 본격화되면 주파수 확보, AI 오픈랜 등 전방위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 경쟁이 가시화될 것이다. 우리도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6G 시대 개막의 핵심 인프라인 저궤도 위성통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련 부품시장이 굉장히 커 기회를 잡아야 한다.

AI의 경우 전 세계 국가가 핵심 국가자산으로 여겨 중점화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이미 범용기술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다 보니 AI 칩이 굉장히 중요한 테마가 됐다. 우리나라도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격화되는 경쟁에 효율적으로 임해야 한다. 특히 고성능·저전력화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AI 안정성 부분도 무시 못 할 영역이다. 5월에 AI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하는데, 지능화되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AI는 칩-알고리즘-에이전트로 이어지는 AI 전후방 산업과 기술의 유기적 연계가 향후 국가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요소로 비화할 것이다.

메타버스 영역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확장현실(XR) 기기·기술은 생성형 AI 콘텐츠 생산 혁신을 가속화하는 기반이 돼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들 모두와 관련, R&D가 잘 이뤄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부의 R&D 혁신방안에 발맞춘 변화가 IITP에도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역시 상반기 중 디지털 R&D 혁신방안을 마련, 새로운 IITP 비전과 연계할 생각이다.

디지털 핵심 전략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우수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R&D 시스템 체질 개선을 추진한다.

우리 임무인 기획과 집행, 평가 모두에 변화가 가해지는데, 먼저 기획 측면에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수요기업, 석학들이 기획 방향 설정에 참여하는 식이다.

또 전략적인 R&D 분야를 선정해 대형사업화를 이룰 계획이다. 파편화된 과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 기획 단계서부터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고려한 중대형 사업화 작업이 필요하다.

일정 부분은 바텀업 방식을 적용해 R&D 자율성, 창의성을 보장하려 하다.

집행 단계도 중요하다. 연구과정의 애로사항 해결에 힘쓸 것이고, 과제 유사 분야 종사자를 모아 수요기관, 투자자, 전문가를 과정에 참여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이를 'R&D 함께 달리기'로 부르고 있다.

평가는 전부터 개방형 동료평가(피어 리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2년 차 이상 과제는 그동안 중간 성과를 동료 연구자들 앞에서 발표케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연구자들에게 좋은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밖에 평가 전문성, 신뢰성을 높이는 것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6대 디지털혁신기술 투자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올해에만 7282억원 규모를 투입, 디지털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나서려고 한다.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R&D 예산의 62.4%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먼저 AI는 현재 생성형 AI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관련 산업현장 문제해결에 집중하려 한다.

또 사람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AI 반도체는 NPU,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기술력 축적, 성능 향상을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SW), 인터페이스 핵심기술 확보에 나선다.

이에 더해 이미 AI 반도체 관련 몇몇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이 글로벌 수준에 올라서도록 힘을 보태려 한다.

5G와 6G는 6G 조기 상용화 등 성장동력과 세대 진화·확산 주도권 확보가 목표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5G를 최초 상용화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브랜드 효과를 가져갔다. 덕분에 ITU 6G 비전 그룹 의장직 등을 우리가 가져가는 효과도 거뒀다. 덕분에 향후 표준화와 국내 산업 발전에도 좋은 영향이 있었다.

6G에서는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미국의 의지가 워낙 강해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밖에 사이버보안, 양자, 메타버스 역시 중점기술 확보, 사업확산 촉진 등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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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왼쪽)과 최지호 본지 전국본부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R&D 후속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한 것이 있는지.

▲R&D가 R&D로 끝나서는 안된다. 적잖은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실질적 성과가 필요하다.

IITP도 단순 '플래너' 역할에 그치면 안된다. 적극 개입해 현장을 돕는 '코디네이터'가 돼야 한다. 괜찮은 R&D를 발굴하고 '이어달리기 후속 연구'를 적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실증을 연계해주고, 기술홍보의 장을 마련하고, 표준화도 지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ICT 딥테크 기업이 글로벌 스케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표준화다. 표준화는 산업 성장과 직결되는 요소다. 더욱이 기술이 이미 갖춰져 있다면, 이후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입해도 장기간 연구팀을 유지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글로벌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IITP의 준비는.

▲AI를 비롯한 전략기술 분야에서 중장기적 글로벌 협력 R&D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을 크게 가져가는 전략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며 그동안 국제협력은 개인적인 인연에 기댔던 측면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이는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더욱 효율화된 국제협력이 가능하다.

과기혁신본부 주관으로 수립 중인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토대로 협력 후보 국가, 협력유형을 도출해 체계적으로 일을 추진하려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글로벌 인재양성, 교류도 진행하려 한다. 해외 대학과 협력 교육을 확대하고, 기술개발을 병행코자 한다. 해외 석학 유치도 추진해 국내 역량 확대에 기여코자 한다.

올해 글로벌 R&D 예산은 864억원으로 작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제대로 글로벌 협력 R&D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IITP가 힘쓰는 또 다른 영역이 인재양성이다. 올해 주목할만한 사업은.

▲인재양성 분야는 전년 대비 8% 상승한 3514억원의 안정적 예산을 확보했다. 석박사급 인력, 지역산업 특화 인재 등 분야별 프로그램을 면밀히 운영하려 한다.

석박사급의 경우 AI대학원, AI융합대학원, AI반도체대학원, 융합보안대학원, 메타버스융합대학원, SW 스타랩, 대학ICT연구센터 등을 통해 디지털 패권 확보를 리드할 핵심 연구인력 양성에 나선다.

올해 신규로 생성형 AI선도인재 양성, 글로벌데이터융합리더양성, 차세대통신 클라우드 리더십 구축, 오픈랜 인력양성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지역의 경우 전국 15개 광역시도 내 석박사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지역지능화 혁신인재 양성이 진행 중이다. 올해 3곳 지역을 추가한다.

글로벌 인재 창출 분야로는 기존 미국 카네기멜론대, 캐나다 토론토대 교육과정에 이어 올해 추가로 1개 교육과정을 추가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또 89명 규모로 디지털 전략기술 분야 해외 톱티어급 대학, 기업 등에 석박사 파견연구도 지원한다.

실무 인재 양성 차원에서는 SW중심대를 대폭 확대한다. 올해 신규 17개교를 포함해 58개교 SW중심대를 운영해 학제를 넘어서는 창의·혁신 청년인재, 기업 수요 맞춤형 SW실무인재 양성 교육에 나선다.



홍진배 IITP 원장은…


1996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지난 2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으로 부임, 그 동안 축적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ICT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999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2003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후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표창,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