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개통 20년을 맞아 누적 이용객 10억5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20번 이상 KTX를 탄 셈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04년 4월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KTX 누적 이용객이 올해 4월 1일 기준 총 10억5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31일 밝혔다.
대한민국 속도 혁명을 일으키며 등장한 KTX(Korea Train eXpress)는 교통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국민 일상과 문화를 바꿨다.
우리나라 간선철도망 최고속도를 기존의 시속 150㎞에서 300㎞로, 2배 도약시키며 시간과 공간 경계를 허물었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이고 이동과 만남이 한층 편해졌다.
여행지 선택폭이 넓어지고 빈도가 잦아지면서 지역 간 교류와 경제성장이 가속화됐다. 올림픽, 아세안 정상회의 등 국가 주요 행사의 듬직한 파트너이자 지역 균형발전 일등공신 역할도 수행했다.
◇KTX 운행 확대 국민 대표 교통수단 '우뚝'
코레일은 2004년 경부선(서울~부산), 호남선(용산~목포)을 시작으로 2011년 전라선(용산~여수엑스포), 2017년 강릉선(서울~강릉), 2021년 중앙선(청량리~안동), 중부내륙선(부발~충주) 등을 차례로 개통하면서 KTX 운행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는 중앙선을 서울역까지, 중부내륙선은 판교역까지 연장 운행하는 등 고속철도 수혜지역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2004년 개통 첫해 경부, 호남 2개 노선 20개역에만 다니던 KTX는 현재 전국 8개 노선의 69개 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평균 운행횟수는 토요일 기준 369회로, 개통 초기 142회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KTX 운행지역 확대와 함께 국내 중장거리 이동은 고속철도 중심 교통체계로 전환됐다. 2019년 기준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사람 70%, 광주를 오가는 사람 절반이 고속철도를 선택했다.
고속철도 역까지 1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 지역도 개통 당시 37.5%에서 2021년 기준 75.1%로 크게 확대됐다.
KTX 개통 후 지역 간 여객수송에서 철도분담률이 대폭 증가하고, 중장거리 이동 시 국민 교통수단 선택권도 확대됐다.
항공이 독점해온 서울-대구, 서울-부산 등 장거리 고급 교통수단 역할은 철도로 완전히 대체됐다. 짧은 소요시간, 높은 도심 접근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도권-대구 구간의 철도 수송분담률도 2003년 12%에 불과했지만, 2012년 60%로 5배나 성장했고, 수도권-부산 구간 역시 38%에서 69%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KTX는 지역 간 통행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KTX를 타면 부산(2시간 23분), 목포(2시간 27분), 강릉(1시간 49분), 안동(2시간 28분) 등 국내 어디든 점심 식사 전에 도착할 수 있다.
거리와 시간적 부담의 해방은 대한민국 사회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지역 균형발전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23만명으로 개통 초기 7만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연간 이용객은 개통 첫 해 2000만명에서 지난해 기준 84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8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은 서울역(9만7000명)으로, 2004년 대비 약 2.2배 늘었다. 서울역은 경부선, 호남선, 중앙선 등 모두 7개 노선(경부·동해·경전·호남·전라·강릉·중앙선) 열차가 출발·도착하는 역이다.
KTX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은 서울↔부산으로 하루 평균 1만8000명이 타고 내린다. 개통 초 7000명 남짓 탔던 서울↔대전 간은 지난해 하루 평균 1만3000명 넘게 이용하며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최초 고속열차 지구 1만6150바퀴 달렸다
KTX가 달려온 누적 운행거리는 6억4581만㎞에 달한다. 지구 둘레를 4만㎞로 환산할 경우 지구를 1만6150바퀴 도는 것과 같다.
KTX를 이용한 승객의 누적 이동거리는 2634억㎞다. 이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인 1억5000만㎞의 1760배에 해당한다.
46대로 출발한 KTX는 2010년 운행을 시작한 KTX-산천 38대와 2021년 KTX-이음 19대를 합쳐 총 103대다. 올 상반기는 새로운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EMU-320을 운행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고속열차 KTX는 프랑스 고속열차 TGV를 우리나라 철도 환경에 맞게 개량한 것이다. 기존 TGV보다 1.5배 강력한 추진시스템을 갖췄고, 영하 25도 추위에도 운행 가능할 정도로 내한성도 크게 높였다.
총 46대 중 초기 12대는 프랑스에서 제작해 들여왔고, 13번째 차량부터 34대는 국내에서 제작, 시운전을 마치는 등 도입 초부터 향후 고속철 기술력 국산화를 고려해 제작했다.
최고 영업속도는 305㎞/h로, 총 20칸(일반실 15칸, 특실 3칸, 운전실 2칸), 좌석수는 955석이다. 총 길이 388m이고, 좌석에 승객이 모두 탔을 때의 중량이 841톤에 달하는 국내 최대 대중교통수단이다.
2008년 탄생한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과 함께 대한민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이 됐다.
KTX-산천은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제작된 동력 집중식 열차다. 최고 영업속도는 KTX와 같은 305㎞/h로, 좌석수 379석/410석 두 종류다.
2021년 1월은 100% 국내기술로 제작한 우리나라 최초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이 운행에 들어갔다.
KTX-이음은 동력 집중식인 KTX, KTX-산천과 달리 칸마다 동력과 제동장치가 분산 배치돼 최고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고 가·감속이 자유롭다. 역간 거리가 외국보다 짧고 터널·교량이 많은 한국철도 환경에 적합하다.
개통을 앞둔 EMU-320은 최고영업속도 320km/h로 제작된 차세대 친환경 고속열차로, KTX 중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올 상반기 2대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19대의 EMU-320이 도입된다.
EMU-320은 1대당 8칸(일반실 7칸, 우등실 1칸)으로 구성된다. 좌석수는 총 515석으로, KTX-이음 대비 수송효율이 약 35% 더 높다. 동력 분산식 열차로, KTX-이음이 가진 장점은 모두 갖고 있다.
◇디지털 기반 서비스 혁신
코레일은 KTX 이용객 편의를 높이는 새로운 제도와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 혁신에 힘쓰고 있다.
장거리 출퇴근족을 겨냥한 'KTX N카드'와 'KTX자유석 셀프검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코레일은 KTX 단골 이용객을 위해 2019년 KTX N카드를 출시했다. 평일 매일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큰 기존 정기승차권과 달리 휴일에 오가는 주말부부나 출장·회의 참석차 자주 타는 직장인 등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할인쿠폰 개념이다.
지난해부터 출퇴근 시간 운영되는 KTX 자유석에서 승무원 대신 고객이 QR코드를 이용해 검표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셀프 검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빈자리를 지정좌석처럼 이용할 수 있어 자유석 이용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 평균 1만여명에 달하는 KTX 자유석 이용객 중 30%가 셀프검표를 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74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TX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코레일의 서비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종합 모빌리티 앱으로 진화하고 있는 '코레일톡'이다.
2010년 처음 선보인 코레일톡은 대한민국 교통 분야를 대표하는 국민 앱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 철도이용객 10명 중 9명이 코레일톡에서 승차권을 예약했다. KTX가 첫 등장한 2004년 역 창구 승차권 발권 비율이 85%였던 것과 반대로 역전된 셈이다.
현재 코레일톡에서는 렌터카나 카셰어링 등 연계교통과 숙박 및 관광지 입장권 예약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철도역 주차장 사전 정산과 채팅상담 서비스도 코레일톡에서 받을 수 있다.
코레일은 승차권 예매와 열차 시간 확인 등 기본 기능은 물론이고 코레일톡 앱 하나로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코레일형 MaaS(Mobility as a Service)'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관광 등 연계 콘텐츠를 강화하고 VR시트맵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객 편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