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를 향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어느 후보가 향후 4년간 입법을 책임질 제22대 국회에 입성할지 관심이 뜨겁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21대 국회 임기는 오는 5월 31일까지라는 점, 그리고 21대 국회가 매듭을 지어야 할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변리사업계 최대 숙원인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가 대표적이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잠들어 있다. 이 법안은 17대 국회부터 21대까지 다섯 번 연속 발의됐지만 변호사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변리사업계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함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송 비용과 시간 등 기업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특허침해 소송의 1심 처리 기간은 평균 606일에 달한다. 민사소송(297일)과 비교하면 2배가 넘게 걸린다.
나아가 대형 로펌을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IP)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수임료가 낮아져 소 제기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중소기업이 IP 보호에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는 수임료가 낮아져도 특허침해소송이 늘어나 전체 파이는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벤처기업협회를 비롯해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등 산업계가 변리사 공동대리를 원하고 있다. 산업계는 “변호사 단독으로는 복잡한 기술에 대한 특허분쟁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며 “변리사와 협업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패권 시대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가운데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혀용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글로벌 지식재산 패권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가 필수적이다. 두달여 남은 21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하길 기대해본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