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의 바코드는 ‘데이터 매트릭스’?...QR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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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 출처: 연합뉴스

여느 때처럼 가격 대비 질 좋은 제품 구매를 위해 다이소에 방문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위해 셀프 계산대로 다가갔습니다. 결제 모니터를 여러 번 터치하자 상품 QR코드를 스캔해달라는 화면이 나타났고 QR코드를 찾기 위해 서둘러 제품 겉면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지나치던 바코드에 잠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제품 뒷면에 붙어있는 일반적인 바코드와 다르다는 것도 그제야 알아차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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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직접 구매한 상품.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가 있다.

네모난 모양은 QR코드를 연상시켰지만 크기는 분명 일반적인 바코드보다 작았죠. 바코드가 좀 커야 시원시원하고 잘 보일 텐데, 크기 작은 바코드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작은 크기에 대한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어요.

크기도 작고 생소한 QR코드, 대체 왜 사용하는 걸까요?


2차원 바코드 사용하는 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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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 바코드 / 출처: BoxHero

다이소의 QR코드를 알기 위해서는 바코드의 종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해요. 검은색과 흰색 패턴에 정보를 저장하는 바코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크게는 1차원 바코드와 2차원 바코드로 분류할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바 모양 바코드는 ‘1차원 바코드’ 입니다. 1949년 드렉셀 대학교 출신 미국 발명가 노만 조셉 우드랜드(Norman Joseph Woodland)가 이를 발명했죠. 1차원 바코드는 정보를 수평 방향으로 저장하고, 읽을 수 있어요. 따라서 저장되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죠.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차원 바코드는 최대 20자 내외 영어와 숫자를 저장합니다. 데이터 복원 기능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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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2차원 바코드, QR코드 / 출처: RetailTalk

반면 정사각형 모양의 2차원 바코드는 바 모양 1차원 바코드보다 방대한 정보를 저장합니다. 수평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모두 정보를 저장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1차원 바코드와 달리 오류 정정 코드를 포함하므로 오류도 감지하고 수정하며, 데이터 복원도 가능하죠.

QR코드가 바로 대표적인 2차원 코드인데요. 1차원 바코드가 만들어지고 한참 후인 1994년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자회사 덴소웨이브가 이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해요. 그리고 QR코드는 현재 2차원 바코드 중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죠.


QR코드와 다른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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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 / 출처: RetailTalk

다이소의 바코드 모양은 얼핏 보기에 QR코드와 비슷하지만, 둘은 엄연히 달라요. 다이소가 사용하는 바코드는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Data Matrix Code)’라고 불러요. 미국 기업 국제 데이터 매트릭스(International Data Matrix) 사장인 데니스 프리디(Dennis Priddy)가 1989년 개발한 또 다른 2차원 바코드죠.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도 QR코드처럼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은 2차원 바코드 중 하나입니다. QR코드처럼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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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좌)와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우) / 출처: NCAB Group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와 QR코드는 모두 정사각형 모양이지만, 파인더 패턴에 차이가 있어요. 파인드 패턴이란 데이터를 읽기 위한 위치를 알려주는 패턴입니다. 대부분 바코드의 모서리 부분에 위치한다는 특징이 있죠. 이는 리더기가 바코드의 위치와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QR코드는 모서리에 큰 세 개의 사각형을,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는 단색 L자 모양 테두리를 파인더 패턴으로 사용하죠. 그래서 누구든 쉽게 QR코드와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를 구별할 수 있어요.

정보량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최대 7089개의 숫자와 최대 4296개의 영문자를 저장할 수 있는 QR코드와 달리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는 최대 숫자 3116개 또는 영문자 2355개를 저장한다고 합니다.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가 QR코드보다 더 적은 정보량과 더 적은 종류의 문자를 저장하죠.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를 사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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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즈워치

그렇다면 다이소가 굳이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자 했다면,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보다 QR코드가 더 적합했겠죠.

다이소 측에서 이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한 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QR코드가 아닌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를 적용한 가장 큰 이유는 바코드 크기와 관련된 것으로 보여요. QR코드보다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가 더 작은 크기로 축소 가능한 고밀도 2차원 바코드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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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의 화장품 코너. 그 밖에도 다양한 소형 제품을 판매한다. / 출처: 조선비즈

다이소에는 판매 물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크기가 작은 초소형 제품도 많죠. 이런 이유로 다이소는 크기가 작은 제품에 부착하기 위해 바코드의 크기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는 주로 크기가 작은 화장품이나 자동차, 항공 우주 산업에 필요한 작은 반도체 등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전자 산업협회 EIA도 소형전자 부품에는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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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매트릭스 코드 / 출처: Barcode Coder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가 QR코드보다 초소형 제품에 적합한 이유는 2차원 바코드를 이루는 심볼(Symbol)과 관련이 있어요. 심볼은 바코드에서 특정 데이터를 저장하는 작은 사각형 블록 또는 패턴을 의미하는데요. 즉 바코드의 전체 크기는 작은 심볼 크기에 의해 좌우됩니다. QR코드는 최소 21x21 셀까지 축소, 최대 177x177 셀까지 확대할 수 있고요.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는 최소 10x10 셀까지 축소, 최대 144x144 셀까지 확대 가능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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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매트릭스 코드 / 출처: GS1

게다가 다이소는 마스크, 소독약, 밴드 등 다양한 의약품도 판매 중인데요. 바코드에 관한 자체 표준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비영리 국제 조직 GS1은 2차원 바코드 중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만을 유일하게 의약품 사용 용도로 승인하고 있다고 해요. 즉, 다이소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관리하려면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가 더욱 적합하겠죠.



QR코드가 더 일반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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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용되는 QR코드 / 출처: Flexo Graphics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를 찾아보기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가 아닌 QR코드가 주로 사용되고 있죠.

이는 QR코드와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의 특성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여요. QR코드의 스캔 속도는 2차원 바코드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한 편에 속합니다.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양이나 문자의 폭도 더 크죠. 반면 데이터 매트릭스의 경우 이보다 스캔 속도가 느리고, 저장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도 적죠. 저장 가능한 문자의 종류도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QR코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채택돼왔고, 데이터 매트릭스 코드는 특수 산업의 소형 부품에 두루 사용됐습니다. 각각의 바코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제품 특성에 맞춰 사용됐던 것이죠.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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