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질량과 크기가 서로 다른 블랙홀의 동일한 자기장 구조를 확인했다.
천문연은 국제 공동연구진이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관측을 통해 우리은하 블랙홀 가장자리에서 나선형으로 정렬된 자기장 구조를 포착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블랙홀의 편광 영상을 새롭게 공개했다.
블랙홀은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중력을 설명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다.
이번 영상은 사상 최초로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을 편광 관측한 결과로, 주변 자기장에 의해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돼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며 이동하는데, 이때 빛이 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경우 이를 편광됐다고 한다. 블랙홀 주변 플라즈마에서는 입자들이 강한 자기장에 따라 움직이며 이러한 입자들이 방출하는 빛은 자기장 방향에 수직이다.
따라서 편광된 빛을 관측함으로써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파악할 수 있으며, 자기장 구조를 통해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물질 유입과 방출이 일어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의 전 연구대상이었던 M87 은하 블랙홀의 경우 2021년에 자기장 구조를 포착했으며, 이를 통해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이 제트라고 불리는 강한 물질 분출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에 관측한 우리은하 블랙홀의 자기장 구조도 M87 자기장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이는 M87과 같은 제트 분출류가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에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두 초대형 블랙홀이 전혀 다른 형태와 크기를 가진 은하에 속해 있고, 두 블랙홀 질량과 크기는 약 1500배 차이가 난다”며 “그럼에도 자기장 구조가 서로 동일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이 이번 발견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내달부터 EHT를 활용해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을 다시 관측할 예정이다. 이번 관측부터는 우주항공청과 천문연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도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정태현 KVN 그룹장은 “이전까지는 관측된 데이터 분석과 연구 차원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참여했다면, 이번부터는 KVN이 직접 관측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우주항공청 시대에 앞으로 고주파수 대역 관측 성능이 우수한 KVN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의 숨겨진 제트도 발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천체물리학저널레터 3월호에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