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상식 20여개, 신설 다수…공정성 퇴색”
“팬심 악용·아티스트 강요 등 K팝 질적하락 우려”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무기한 연기→상반기 가이드라인 제시”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음콘협', 회장 김창환)가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무기한 연기를 내걸고, 최근 수년새 급증한 K팝 시상식들을 향한 업계의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26일 음콘협 측은 공식채널을 통해 무분별한 K팝 시상식 개최를 반대한다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음콘협은 “K팝 시상식이 최근 20여개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도 3~4회가 신설되는 상황에, 일부 시상식들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수익추구성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며 올바른 시상식 문화 정착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실제 사례와 함께 “앱을 통한 유료 인기투표, 해외에서의 무분별한 티켓가격 등 국내외 K팝 팬들의 부담과 함께, 극심한 섭외경쟁 속 스케줄 수행을 해야하는 아티스트와 이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소속사들의 부담이 상당하다”라고 꼭 집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음콘협이 그동안 진행해왔던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의 무기한 연기라는 파격결정과 함께 올 상반기 중 '음악 시상식 관련 출연계약서 및 가이드라인'을 연구제시할 것을 확고히 하며, 업계와 팬들의 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음콘협은 해당 성명서를 통해 “음콘협은 끊임없이 음악산업 전반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K팝이 전 세계로 더욱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음악산업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난립하는 K-팝 시상식이 오히려 K-팝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공감해 주시고, 뜻을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하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성명서 전문)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주요 음반제작사, 배급사 등이 모여 우리 대중음악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입니다. 우리 협회는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K-팝 시상식 개최에 우려를 표하며, 세계로 나가는 K-팝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상식 문화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최근 K-팝 관련 시상식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음콘협 조사 결과 현재 개최되고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은 한 해 20여 개에 이르며, 최근 5년간 새롭게 생겨난 시상식도 5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도 3~4개가 신설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시상식 행사의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K-팝 시상식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됐고, 공정성과 객관성도 갈수록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명확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권위와 가치를 드높이는 시상식이 아닌, K-팝의 성공과 팬덤에 편승하는 쇼 중심의 일회성 이벤트로 퇴색하고 있는 시상식에 우려를 표합니다.
K-팝이 전 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올바른 시상식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음콘협은 이번 성명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개최되고 있는 시상식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산업계와 언론, K-팝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께서 K-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언에 힘을 보태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음콘협은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K-팝 관련 시상식이 여섯 가지 큰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일부 시상식이 K-팝 팬심을 악용한 수익 추구의 수단이 되어 전 세계 팬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과 피로감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상식이 앱을 통한 유료 인기 투표를 활용하고 이는 시상식의 주요 수익모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료 투표로 특별상을 시상하고 그 결과를 본상에 큰 비율로 반영하는 등, 시상식과 팬 사이의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팬들 간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전략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료 투표가 증가할수록 주최 측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많은 시상식의 유료 투표에 경쟁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전 세계 팬들의 경제적 부담과 피로감은 더욱더 쌓여가는 실정입니다.
K-팝 시상식이 해외에서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것도 궤를 같이합니다. 한 사례로, 최근 K-팝 시상식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개최되었고 티켓이 한화 59만원에 이르는 고가에 판매되었습니다. 해당 국가의 1인당 연간소득이 600만원 수준이고 주 대상이 10~20대 초반 K-팝 팬이었음을 감안하면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시상식이 통상 1~2만원 수준임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처럼 수익에 집중한 나머지 현지 물가에 맞지 않는 티켓 가격을 책정하여 K-팝 산업 자체가 해외 팬들의 원성을 듣게 만들고 있습니다.
둘째, 폭증하는 시상식으로 인해 아티스트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유명 아티스트, 특히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인기 아티스트는 1~2년 이후까지의 스케줄이 빽빽하게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간에 수많은 국내 시상식에서 공연 무대를 꾸미려면 노래 구성과 안무 연습 등을 포함한 무리한 일정 소화가 불가피합니다. 시상식을 위해 아티스트에게 2~3일의 밤샘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아티스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위험 증가로 이어집니다. 특히, K-팝 시상식 개최지가 해외인 경우는 장거리 이동에서 오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이 더해집니다.
또한, 시상식 참여와 준비로 인해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된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른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용역제공 시간(주 35시간~40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불법적인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극심한 섭외 경쟁으로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사는 출연 강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20여 개의 시상식에서 경쟁적으로 아티스트를 섭외하면서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사는 극심한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축하 공연을 강요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주최측은 매니지먼트사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을(乙)의 지위임을 이용하여 매니지먼트사나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해를 줄 수 있는 보도나 방송 출연 기회 제한 등의 보복 조치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아티스트들은 계약 관계에 의해 미리 정해진 해외 일정이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시상식 출연이 어려운 경우가 무척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을일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출연해야 하는 상황에 큰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넷째, 불투명한 선정 기준으로 많은 시상식들이 공정성과 권위를 상실했습니다.
일부 시상식은 시상 기준이나 수상자 선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모적인 팬 투표나 시상식 출연 여부에 따라 수상 여부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반면, 납득할 만한 객관적 지표나 권위 있는 심사위원단을 갖춘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출연하면 상을 주겠다'는 제안은 수상자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임에도 다수의 K-팝 시상식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섯째, 시상식의 질적 저하로 인해 K-팝 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시상식의 무대 및 관객석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낮은 품질의 연출과 음향으로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일이 반복되고, 아티스트가 추락사고를 겪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주최 측은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원활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현장을 관리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팬 간 몸싸움 등의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는 관객들의 안전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시상식이 수익성을 쫓아가는 행사가 되면서 생겨난 현상들입니다. 시상식이 우리 음악산업 전반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지를 반드시 짚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매니지먼트사의 사업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시상식은 주최사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취하는 불공정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유료 모객을 위해 아티스트의 출연을 전제로 하지만 아티스트에게 지급되는 출연료는 없거나 합당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원래 시상식은 그 취지에 맞게 출연료가 없거나 최소 비용으로 집행되지만, 스태프, 댄서, 무대연출 등의 출장 비용은 물론 비자 발급, 의상 및 장비 운송 등 해외 출장을 위한 제반 비용까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주최사와 매니지먼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하거나, 서면 계약조차 체결하지 않은 채 시상식에 출연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토록 한 매니지먼트사에 책임이 전가됩니다. 결국 매니지먼트사는 법률적 리스크와 아티스트와 분쟁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또한, 폭증하고 있는 시상식 출연으로 인해 아티스트 해외 투어, 행사 출연에 제한이 생겨 막대한 기회손실이 발생합니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감하며, 올바른 음악 시상식이 개최되어 K-팝이 지속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의 사항을 추진하겠습니다.
첫째, 본 협회가 운영하던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겠습니다.
시상식 관련 문제점을 되짚어 보면서 본 협회가 개최했던 써클차트 뮤직어워즈(前 가온차트 뮤직어워즈)도 이러한 지적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며,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전합니다. 이에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또한 음악 시상식의 본질과 발전 방향에 대해 깊이 있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의미에서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겠습니다.
둘째, 음악 시상식 관련 출연계약서 및 가이드라인을 연구하여 발표하겠습니다.
상반기 내에 K-팝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비즈니스 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상식 출연계약서를 업계 스스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는 민간 자율의 자정 노력이 담긴 계약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계약서와 가이드라인을 통해 우리 대중음악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상식의 요건 등을 제시하고, 다양한 시상식이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하며, 아티스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음콘협은 끊임없이 음악산업 전반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여 K-팝이 전 세계로 더욱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음악산업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난립하는 K-팝 시상식이 오히려 K-팝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공감해 주시고, 뜻을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