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줄이는 유통업계…부진한 업황에 감원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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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지난해 유통업계 직원 수 감소 추이

유통업계가 지난해 인력을 대규모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 수요 감소 등으로 악화된 업황을 이겨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올해도 각 사 효율화 방침에 따라 업계 종사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고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유통업체 대다수가 지난해 고용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대형마트였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직원 수는 5만2728명으로 전년 대비 251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1100명으로 감축 규모가 가장 컸고 롯데마트(789명), 홈플러스(627명)가 뒤를 이었다.

영업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인력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최근 수년간 신규 출점 없이 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사 점포 수는 397개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6개 줄었다.

e커머스 업계도 쿠팡을 제외하면 1000명이 넘는 인력이 줄었다. 지난해 큐텐에 인수된 위메프와 티몬이 각각 485명, 167명이 줄었으며 SSG닷컴도 408명이 줄었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6만9057명으로 1년 새 1만3391명이 늘었다.

편의점·홈쇼핑·슈퍼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GS리테일도 직원 수를 400명 이상 줄였다. 슈퍼 사업부인 GS더프레시 인력이 290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하반기 단행한 희망 퇴직과 온라인 사업 'GS프레시몰'을 철수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부진한 업황을 이겨낸 백화점·편의점은 고용 규모가 소폭 늘었다. 지난해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의 직원 수는 1만396명으로 전년 대비 95명 늘었다. 편의점 양강 CU와 GS25도 각각 355명, 9명의 인력 순증을 기록했다.

이같은 유통업계 인력 감축 경향은 올해 더욱 짙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물가·고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내수 침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각 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점포 수를 줄이고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연초에도 비효율 점포 정리 작업을 이어갔고 e커머스 업계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 프리미엄 상품 판매 등 전략을 취하고 있다. 편의점도 우량 점포 위주의 한정적인 출점 전략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전자상거래가 유통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판매서비스업에 국한됐던 소매업 특성을 다변화시키는 모습”이라며 “유통 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정보기술(IT) 친화적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런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