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고위 임원 연봉 삭감에 나섰다. 정부의 통신시장 규제 강화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성장 정체를 감안해서다. 디지털 생태계를 빅테크에 내줬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대표부터 솔선수범해 보수를 줄이고 시장 변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 20억65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21억3700만원)과 비교해 7200만원 줄어든 액수다. 급여는 1억원 늘었지만 상여금은 1억8800만원 줄었다. SKT 지난해 영업이익은 8.8% 늘어난 1조7500억원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뤘음에도 무선매출 성장 둔화와 통신비 인하압박 등 어려운 시장 상황에 직면하면서 상여금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책임경영 일환으로 기업가치 성장에 비례한 보상을 추구하기 위해 상여금 중 2억830만원은 자사주로 지급하고 성과연동주식(PSU)도 2만5380주 부여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지난해 연봉으로 전년보다 5억2000만원 줄어든 17억6000만원을 받았다. 특히 상여금이 5억원 이상 크게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7.7% 감소하는 등 다소 부진했던 실적을 반영한 액수다. 20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KT 김영섭 대표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만큼 연봉 일부만 반영된다.
고위직급이 포함된 미등기임원 연봉도 줄었다. SKT 미등기임원 91명의 지난해 평균급여는 5억1800만원으로 전년(5억2500만원)보다 700만원 줄었다. LG유플러스 미등기임원 역시 평균급여가 2022년 4억9300만원에서 지난해 4억3800만원으로 5500만원이나 감소했다.
올해도 대내외 위기가 산적한 만큼 허리띠를 조인다. SKT는 오는 26일 주총에서 올해 이사진 연봉 총액을 줄이는 안건을 다룬다. 이사수가 작년보다 1명 늘어났음에도 보수총액 한도는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황현식 대표도 앞서 “올해를 굉장한 위기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SKT와 LG유플러스 모두 임원을 뺀 부장급 이하 일반직원 연봉은 늘리거나 유지했다. 지난해 SKT 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5200만원으로 전년(1억4500만원) 대비 4.8% 늘었다. LG유플러스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1억100만원으로 2022년과 동일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 연봉은 올리면서 경영진 보수는 성과주의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