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포기하고 연구실을 택했지만, 열악한 처우에 후회만 남는다.”
한 이공계 대학원생의 말이다. 우리나라 대학원은 대학과 연구실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르고, 연구과제 참여 정도에 따라 대학원생 처우와 지원 규모가 제각각이다. '젊은 과학자'라는 사명 하나만으로 나날을 버티기에는 여건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최근 국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매월 연구생활장학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학교가 대학원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개념의 '스타이펜드' 제도의 한국화를 예고한 것이다.
스타이펜드가 낯선 개념은 아니다. 2019년부터 이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4대 과기원은 스타이펜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이공계 대학원생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정이다. 연구생활장학금의 재원은 정책 이니셔티브 등을 통한 일반대학진흥기금 형태의 학생 인건비 풀링제에서 기본적으로 확보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별 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추가 재정지원 사업을 매개로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가 구상 중인 석사 과정 80만원, 박사 과정 110만원 규모의 연구생활장려금 규모를 두고 연구현장에선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불만도 있다.
이에 연구 현장에서는 학생연구원 인건비 상·하한선 개선 등을 선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국가 R&D 사업의 연구개발비 사용에서, 아무리 많은 연구과제에 참여하더라도 인건비 기준의 10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학생연구자의 인건비를 옥죄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 스타이펜드 도입과 정착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인재가 필수 자원인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선진국의 제도만을 좇을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젊은 연구자의 의욕을 고취해야 한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