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익여신(NPL, Non Performing Loan) 투자 규제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경기침제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며,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를 위해 NPL을 질서있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지난해 플루토스파트너스가 금융규제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NPL 조각투자 플랫폼(가칭)'에 대해 보완을 요청했다. 이 플랫폼은 '부동산 NPL 투자' 시장에 토큰증권(ST) 기술을 접목, 일반 투자자들도 소액 투자가 가능한 조각투자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NPL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채권'이라는 편견에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하고 방치 중이라는 지적이다.
◇ 부실채권 법인·기관만 투자가능...투자기회 '쏠림'에 소화력 '미달' 우려
NPL은 정상적인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이다. 보통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로 부담보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담보부 부실채권으로 나뉜다. 부실채권은 시효연장을 해 관리하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외부에 조기 매각하는 것이 NPL(Non Performing Loan)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당국에 대부채권매입업을 등록한 자본금 5억원 이상 대부업자만 NPL을 인수할 수 있다. 이들이 매입한 채권은 유동화전문회사 등을 통해 블라인드 펀드 형식으로 다시 시장에 나온다. 대부업체와 NPL 투자사들은 주로 금융권에서 담보부 부실채권을 할인해 매입한 후 재매각해 수익을 올린다. 사실상 일반인 투자는 불가능한 구조로 대부업체와 투자사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NPL 펀드 수익률은 10% 초반 대였다.
NPL 시장은 지난해부터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부실을 유예했던 채권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쏟아져나오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NPL 거래는 약 5조원 규모였는데 올해 1분기만 2조원에 달하는 물량이 입찰에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그동안 새출발기금으로 제한했던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채널을 올해 1월부터 캠코와 NPL투자사(유동화전문회사)로 확대하고, 약 3조원에 달하는 새마을금고 NPL까지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 자칫 관련 업계가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화불량' 사태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발 경기침체 우려에 NPL이 대거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 이를 처리해야 할 업체들은 태부족인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내 부동산PF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규모)가 2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앞으로 NPL이 제대로 처리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일반 투자 길 열어야”..기술로 리스크 극복 가능
관련 업계는 결국 일반인도 NPL투자를 가능케 해야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면서 일반 투자자에도 고수익 투자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토큰 증권을 활용한 조각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소액투자하면 소비자들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금융권은 리스크를 낮추면서 NPL을 건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토큰증권을 통해 NPL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선 두 가지다.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이를 허용하거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STO 관련 법안(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 법제화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IT 기술을 활용해 NPL을 잘개 쪼개 다수 인원이 투자할 수 있다. 기업간거래(B2B)로만 이루어지던 비즈니스를 기업대소비자(B2C) 시장으로 넓힐 수 있다.
이 중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발의(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이후 계류 중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임시국회 처리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낙관하기 힘들다.
때문에 업계는 규제샌드박스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플루토스파트너는 'NPL 조각투자 플랫폼' 내용을 보완해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NPL 시장이 무르익고 있지만 기존 체계로는 제대로 선순환이 안 이루어지는 구조”라면서 “기술을 활용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